전남도가 역점과제로 추진하는 ‘출입국·이민관리청(이민청)’ 유치전에 전국 6개 광역시도가 뛰어들면서 치열한 유치전을 예고하고 있다.

경기, 충남, 경북, 충북, 인천, 부산 등 타 지자체와 경쟁에 더해 이민청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22대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 지는 등 변수도 적잖아 전남 설립의 당위성 확보 등 차별화된 전략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25일 전남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생산연령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등에 대응하고, 범정부 차원의 효율적 이민정책을 위해 이민청 신설을 발표했다. 이민청은 출입국 관리를 비롯해 외국인 사회통합 사무 등 기존 법무부에서 담당했던 이민 관련 42개 업무를 맡게 된다.

현재 이민청 설치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중으로, 한달여 남은 21대 국회의 빠듯한 일정상 폐기가 유력해 22대 국회가 구성된 뒤 법안 재발의를 통해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민청 유치전에 나선 6개 광역시도는 저마다 범 시도민유치위원회을 출범시키고, 유치 전략 수립에 나서는 등 당위성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안산·광명·고양·김포·동두천·화성시 등 6개 기초지자체가 경쟁에 뛰어들었고, 전국 최초 외국인 전담기구를 설치한 안산시는 각국 대사관을 만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국 지자체들이 이민청 유치에 사활을 건 배경에는 연간 최대 3조원에 육박하는 경제적 효과와 3,000여명의 고용 창출 등 효과가 꼽힌다.

유사한 사례로 인천에 설치한 재외동포청의 경우 지역 내 연간 생산유발 968억원, 부가가치유발 587억원, 일자리 1,100여명 등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7월부터 정부의 이민청 설립 지지의사를 지속적으로 표명해 온 전남도도 법무부와 정책소통 간담회, 지방소멸 대응 국회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이민청 유치에 팔을 걷어붙였다.

전남도는 정부가 이민청 신설 계획을 공식화 한 지난해 12월 유치 제안서를 법무부에 제출했고, 지난 15일에는 전남 유치 전략 수립 연구용역을 동국대 산학협력단에 발주했다.

전남도가 이민청 유치에 발 벗고 나선 것은 지방소멸이라는 절박한 시대적 과제에서 비롯됐다.

전남은 매년 8,000여명의 청년이 광주·서울·경기 등으로 유출되고 있고, 고령화 비율도 26%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또 주력 산업인 조선업·농수산업 등 주요 산업 현장은 외국인력 없이는 가동이 불가능한 상태다.

또 도내 22개 시군 중 곡성, 구례, 고흥, 보성, 장흥, 강진, 해남, 영암, 함평, 영광, 완도, 진도, 신안 등 13곳이 이미 ‘지방소멸 위기지역’으로 분류되는 등 국가 인구 감소 극복이라는 이민청 설립 취지에도 부합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신설된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청이 인천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청인 우주항공청이 영남권인 경남 사천에 각각 들어서는 만큼 이민청은 호남권에 들어서는 게 지역균형(삼각축)에 걸맞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도시·교통 인프라 등이 수도권에 비해 취약하고, 출입국·외국인본부가 경기도 과천에 위치해 국회·중앙행정 기관과의 떨어지는 접근성도 약점으로 꼽힌다. 지방소멸과 고령화 등 당위성 역시 여건이 비슷한 경북도와 겹치면서 차별성에 한계가 뒤따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22대 총선 당선인들 중 ‘이민청 호남본부’ 유치를 공약한 박지원 당선인을 제외하고 정치권과 공감대가 부족한 점도 대두된다.

전남도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지방보다 수도권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고, 도내 일자리도 부족해 불리한 점이 많지만 지역균형 발전과 지방소멸 대응 등 전략적으로 접근해 이민청을 유치하는데 온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