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포진 랩소디*



서동석



-중략



발포진에서는 환한 귀가 필요해요

깊은 밤 물가에 서서 눈 감고 하나, 둘, 셋, 세어봐요

바람 속에서 갑옷의 기척이 먼저 말할 거예요

손바닥에 짠 내 밴 굳은살이 쓸쓸할 거예요

밤이면, 그날의 수군 들이 지금도

송판으로 판옥선을 만들고 돛을 달아요

거북선 위에서 망치질 소리 들려와요



잠간, 포구 저쪽이 술렁여요

순시를 마치고 돌아온 그가 한쪽 손에 등채*를 들고

나를 향해 걸어와요

그의 한쪽 가슴에 활 맞은 자국이 보여요

설마 그의 눈에 내가 보이는 건 아니겠죠?

아직 나를 들켜선 안 돼요

붉은 두정갑옷*이 내 앞에 당도 했어요

해풍의 냄새를 맡은 장군 어깨의 견룡이

구름을 박차고 날아올라요

내말을 아무도 믿지 않겠죠? 심장이 터질 듯한 밤이에요



*등채 - 조선시대의 무관이 구군복 차림 때 손에 든 지휘봉

*두정갑옷 - 이순신 장군님의 갑옷이름



2021년 뉴스N제주 신춘문예 당선 시





특별 시리즈 ①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탄신일(4월 28일)을 감사함으로 축하하며 첫 번째 시로 ‘발포진 랩소디’를 올린다. 발포진은 고흥에 있는 바닷가 지명으로 이순신 장군이 수군으로 첫 부임했던 곳이며 랩소디는 서사적 영웅적, 민족적인 색체를 띠고 있다고 한다. 5연 38행으로 구성된 ‘발포진 랩소디’는 내용면에서 이순신 장군에 대한 영웅적 서사시다.

1연 “하늘에도 물길이 있어요”를 도입 부분에 쓴 것은 바다가 배경인 시 이야기임을 암시한다. 3연 “혹시 12라는 숫자를 좋아하세요?”에서 대화체를 사용함으로써 지루함을 없애고 분위기를 전환했다. 또한 “12”라는 숫자에서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있습니다’가 떠오른다. 임진왜란 때 나라의 존폐가 위태했던 상황과 도탄에 빠졌던 백성을 구하려던 이순신 장군의 ‘필사즉생 필생즉사’의 각오를 현대의 지도자들이 자신의 지침으로 삼으려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최근 신문 기사에 영국 한 게임 회사에서 만든 슬롯머신 도박 게임에 이순신 장군이 중국풍 갑옷을 입고 등장한다고 한다. 이에 모 교수님과 아산 시장이 그 게임을 속히 중단하고 사과하라고 강력히 항의 했다고 한다. 필자도 이 기사를 보면서 마음에 공분이 일어났었다.

3연 “고독한 수염 과묵한 입술과 눈빛” 4연 “손바닥에 짠 내 밴 굳은살이 쓸쓸할 거예요”에서 이순신 장군 얼굴과 손을 생생하게 보는 듯하다. 맨 앞서서 민족의 운명을 홀로 지고 해전을 치러야 했던 그 마음이 얼마나 쓸쓸하고 외로웠을까 라는 서정이 느껴져서 장군님 손을 직접 두 손으로 공손히 잡아 보고 싶어진다.

5연 “내말을 아무도 믿지 않겠죠? 심장이 터질 듯한 밤이에요”는 이 순신 장군에 대한 시인의 뜨거운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는데 필자의 심정도 뜨거워진다.

/시인·전남매일 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