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권역 제한’을 철폐하면서 지역 의료인력 유출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 소속 전공의들의 사직서가 처리된다면 ‘빅5’ 등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옮길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고, 각 대학병원은 인력 부족 문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은 전공의 사직 처리를 보류, 전공의 복귀를 설득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18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전남대병원은 현재 전공의 231명이 제출한 사직서 수리를 보류한 상태다.

앞서 정부는 각 수련병원에 전공의 사직서 수리 시한을 지난 15일까지로 정했다. 수련병원들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위해 지난 17일까지 전공의 사직·복귀 여부를 취합해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에 하반기 전공의 모집정원을 제출해야 했다.

전남대병원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위해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제출해야 할 모집 대상 정원으로 레지던트 28명만 신청했다.

병원 측은 “이번에 신청한 인원은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가 아닌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등 올 상반기에 확보하지 못한 전공의 정원이다”며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가 차지하는 정원에 대한 추가 채용 신청은 향후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조선대병원도 전공의 96명의 사직 처리를 보류하기로 했다.

전반기 임용을 포기한 인턴 36명과 소아청소년과 등 정원이 미확보된 레지던트 4명 등 총 40명을 수평위에 신청했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전공의들이 명확히 사직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표면적 이유도 있지만,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지원자가 없을 수 있어 향후 소속 전공의들의 복귀를 기대하는 편이 더 낫다는 판단이다.

광주기독병원의 경우 사직서를 낸 전공의 19명 중 사직 의사를 밝힌 1명을 사직 처리했다. 사직서 수리와 별개로 수평위엔 하반기 인원 충원을 위해 4명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부가 하반기 모집에 지역별 지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하면서 의료 인재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가 사직서 일괄 처리를 강행하며 권역별 제한 해제를 두는 것은 전공의들 사이에서 내부 분열을 유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병원의 한 교수는 “지역 수련병원에서 사직서가 수리될 경우 다시 해당 기관으로 지원할 수 없는데, 그렇게 되면 전공의들이 서울의 대형병원에 지원하다 한정된 자리를 두고 그 사이에서 경쟁을 하게 될 수도 있다”며 “지역 대학병원도 한정된 전공의 인원 중 그마저도 유출된다면 추가 모집 등 타격이 클 것이다”고 강조했다.

조선대병원 관계자는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을 사직 처리하는 것보다는 최대한 설득해 돌아오도록 하는 방향을 잡고 있다”며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의 처분과 정부의 내년도 전공의 인원 감축 등 대안에 대해서는 전국수련병원협의회와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를 통해 결원 규모를 확인한 뒤 오는 22일부터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달 말까지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하고 8월에는 병원별로 필기·실기 시험을 치를 예정이다. 이후 최종 합격자들은 9월 1일부터 하반기 수련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