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친구들과 함께해 즐거워요.”

31일 광주 북구 오룡동 국립광주과학관. 1층 ICT LAB 강의실에 모여 로봇을 만드는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잘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당황해하기도 했지만, 강사 선생님의 안내에 귀 기울이고 옆자리 친구들과 서로 도와가며 로봇을 완성했다.

이날 광주과학관에서 특별한 과학체험학습에 나선 아이들은 백혈병 소아암 환아 14명이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광주전남지회가 공동체프로그램을 통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환아들을 위한 광주과학관 체험학습을 마련했다.

아이들이 참여한 블록코딩 로봇 만들기 수업은 레고를 이용해 두 마리의 새가 소리를 내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었다. 강사 선생님이 로봇 만들기에 대한 짧은 안내를 마치자 아이들은 설계도를 보며 직접 로봇 조립에 나섰다.

기존 레고와는 달리 블록코딩을 통해 로봇을 제어하는 과정이 포함돼 잠시 어려워하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조립하던 로봇이 형체를 드러내기 시작하자 “진짜 재밌다”며 기뻐했다. 해결하기 쉽지 않은 과정을 만났을 때 옆자리 친구와 서로 묻고 도와가며 로봇을 만드는 모습도 보였다. 필요한 재료가 없다는 것을 안 한 아이는 “어떻게 하지”라며 고민했지만 강사 선생님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하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컴퓨터를 이용해 코딩 명령어를 작성하는 단계는 어렵기도 했지만 만족도는 컸다. 가장 먼저 코딩을 끝낸 아이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로봇을 작동했고,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하자 옆자리에 있던 아이들이 깜짝 놀라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는 모습도 보였다.

2층 실험실에서는 망원경 만들기 수업이 진행됐다. 빛의 성질과 렌즈의 특성, 망원경의 종류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서로 손을 번쩍 들며 질문을 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림자가 생기는 원리를 통해 빛의 성질을 배웠고, 망원경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도 했다.

아이들은 강사의 설명에 따라 망원경을 조립했으며 다 만들고 난 뒤에는 실험실 밖으로 나가 직접 만든 망원경을 양손에 들고 과학관 곳곳을 둘러봤다.

체험학습에 참여한 오도윤군(12)은 “백혈병에 걸렸다는 사실에 대해 친구들이 알게 되자 무시하고, 더러운 사람 취급을 해 학교에 가는 것이 무서웠다”며 “이곳에서는 함께 온 친구들이 다 같은 어려움을 겪었던 상황이라 서로를 잘 이해하고 즐겁게 놀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광주전남지회 김봉학 사무국장은 “어린 학생들이 백혈병에 걸려 치료를 받으면 학교에 가는 시기가 늦어져 보통 아이들보다 사회성이 부족해 잘 어울리지 못한다”며 “선생님들도 이를 위해 선뜻 나서도 역차별 문제로 민원이 들어올 수 있어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 때문에 교육청 등 행정당국은 투병했던 어린 학생들이 학교에 복귀할 경우, 전문가를 파견해 백혈병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꿔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광주전남지회는 백혈병소아암 투병 학생들이 위축돼 가정에만 머물러 학교와 사회로부터 소외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목공체험, 여름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