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절 음식을 만들면서 이웃들과 따뜻한 시간 보냈어요.”

지난 7일 광주 남구 노대동 남구가족센터에 베트남과 캄보디아, 중국 등의 국적을 가진 10가족 26명이 모였다. 센터에서 열린 ‘다문화가족 추석명절 요리체험’ 행사를 통해 한국의 가장 큰 명절인 추석 음식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이날 배울 음식은 추석 대표 음식 잡채와 육전으로 다문화가족들이 자리를 잡은 테이블 위에는 당면과 계란, 당근, 오이 등이 준비됐다.

‘아이들과 함께 만드니 칼을 사용할 때 조심해달라’는 요리 강사의 당부와 함께 행사가 시작됐다. 강사는 오이와 당근, 버섯, 파, 고기 등을 순서대로 손질했고, 참여자들도 꼼꼼히 지켜보며 따라 하기 시작했다. 당면을 찬물에 미리 불리라는 말을 잘못 이해한 한 참여자는 바로 뜨거운 물에 끓여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참여자들이 한국의 명절 음식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가족센터 다문화가족·자녀지원팀 6명이 행사장 곳곳을 바쁘게 누비며 도왔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캄보디아 출신 이보린씨(39·여)는 한국 정착 12년째다. 오랜 시간 한국에서 지내다 보니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추석이 익숙하다. 이씨는 재료 손질부터 양념장까지 능숙하게 만들어냈고, 아이들에게 간을 보라며 조금씩 나눠줬다.

그녀의 고향인 캄보디아는 음력으로 4월과 9월에 큰 명절이 있다. 불교국가이다 보니 명절마다 떡을 만들고 큰 잎에 싸서 스님에게 드리는 풍습이 있다고 했다. 이씨는 고향이 멀어 명절마다 방문하긴 어렵지만, 한국에서라도 가족들과 보내는 명절 분위기를 아이들이 알려주기 위해 매번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이씨는 “캄보디아도 명절에 한국과 마찬가지로 가족, 이웃과 음식을 나눠먹는데 추석 때만 되면 고향 생각이 더 난다”며 “아이들이 명절 문화에 관심을 갖고, 같이 맛있는 음식도 먹고 싶어서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어머니와 함께 참여한 어린이들도 고사리 손으로 명절 음식 만들기에 나섰다. 흰색 앞치마를 맨 아이들은 뒤집개나 프라이팬 등 주방용품을 신기하게 보며 이야기꽃을 피웠고, 요리사 인척 흉내 내기도 했다.

명절 음식을 만들며 친한 친구가 된 아이들도 있었다. 최준우군(11)과 이태윤군(10)은 지난해 가족센터 행사에서 만나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최군과 이군의 어머니는 모두 중국 국적이다. 이날 잡채와 육전 만들기를 함께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군은 “어렸을 적 외할아버지가 장난감을 많이 사주셨다”며 “추석 명절 음식을 먹을 때마다 어머니 쪽 가족들을 자주 못 봐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행사가 끝날 무렵 서로 이웃이 된 참여자들은 먹음직스럽게 만든 명절 음식을 서로 맛보며 안부를 주고받았다.

한 참여자는 “이번 명절에 친정 부모님이 한국에 오시는데 맛있는 한국 음식을 대접해 드리고 싶어 열심히 배워 만들었다”면서 뿌듯해하기도 했다.

광주남구가족센터 장미영 센터장은 “각 나라별로 명절에 대한 의미가 조금씩 다르지만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며 적응도 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기 위해 명절 음식 만들기 행사를 매년 진행하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센터는 아이들이 글로벌하게 자랄수 있도록 어머니 국적의 언어를 배우게 하는 등 이중언어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다문화가족이 우리나라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를 마련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