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부터 30대까지 청년을 대상으로 ‘통매음(음란물) 헌터’들의 온라인 성폭력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 통매음 헌터란 사소한 말다툼 중 나온 성적인 욕설을 이용해 합의금을 뜯어내는 사람을 말한다. 최근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유로 기승을 부리고 인기 온라인 게임 롤을 중심으로 처벌 사례가 늘어나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10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통매음 죄목으로 발생한 성범죄는 221건으로 지난 2021년(114건)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매음으로 검거된 현황도 2021년 92건에서 2022년 264건으로 1년 사이 크게 늘었다.

청년층이 자주 하는 온라인 게임에서 욕설을 한 경우 모욕·명예훼손·통매음 등 크게 3가지 혐의를 받게 된다. 그러나 모욕과 명예훼손은 특정 인물을 대상으로 ‘공연성’을 입증해야 고소를 할 수 있다.

다만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성폭력처벌법13조에 해당되며 공연성을 입증해야 하는 모욕·명예훼손과 다르게 통신매체를 이용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말 등을 상대에게 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지난 2019년 n번방 사건 이후 통신매체이용음란죄 벌금이 500만 원 이하에서 2,000만 원 이하로 강화되면서 통매음 헌터들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졌다.

통매음 헌터들은 성폭력처벌법을 이용해 온라인 게임, SNS 등에서 사소한 욕설을 주고받은 상황을 악용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고소를 남발하고 있다.

이들은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ECRM) 홈페이지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사진을 보여주며 합의금을 요구하거나, 실제 고소를 진행해 피해자를 협박하는 수법을 사용한다.

헌터들은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보다 입증이 쉽고 처벌 수위가 높은 통매음죄를 이용한 고소·고발을 악용해 합법적인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통매음 헌터에게 피해를 봤다는 사례가 속출했으며 게임 중 우발적으로 나온 욕설로 인해 수백만 원의 합의금을 요구받았다는 피해자들의 하소연이 끊이지 않는다.

한 커뮤니티 회원 A씨는 지난달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하다가 같은 편인 B씨로부터 욕설을 듣고 화가 나 성적인 욕설을 했다. B씨는 대화창에 ‘수치심이 느껴진다. 계속할거냐’라는 댓글을 남기며 연락을 남겼다. A씨는 변호사 등을 통해 ‘합의금 500만 원 정도가 나올 것 같다’며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 해당되는 상황인지 너무 불안하다는 글을 남겼다.

통매음 헌터들은 온라인게임보다 주로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 등 SNS 오픈채팅방을 통해 고소와 협박을 일삼으며 합의금을 챙기고 있다.

최근 통매음 전문 법률 상담 카페에 ‘통매음 헌터에게 당했습니다. 너무 걱정됩니다.’라며 글을 작성한 C씨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이용해 D씨에게 자신의 성기 사진을 보냈고, D씨의 연락처를 받아 통화했다. 이후 D씨는 C씨에게 고소하겠다는 연락을 해왔고 2~3개의 연락처를 통해 200만 원에 합의해주겠다는 협박성 연락을 받았다고 글을 적었다.

이처럼 온라인 게임·카카오톡·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곳에서 통신매체이용음란죄를 이용한 범죄가 만연하게 노출되면서 합의금을 노리는 ‘꾼’이 등장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조선대학교 법학과 이원상 교수는 “최근 디지털 성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피해자들이 가해자로 몰리는 역이용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소년 범죄의 경우, 강력한 처벌보다는 예방을 위한 사전적 교육을 통한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며 “학교와 가정에서의 규범 교육을 강화하고, 청소년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게임 내 오픈 채팅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함부로 글을 남기거나 다른 이용자를 자극하는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며 “텔레그램과 같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SNS를 통한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플랫폼에 대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