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부주의로 한 아이가 생명을 잃었다니, 분통이 터집니다.”

31일 광주 북구 신용동 한 아파트단지 분리수거장.

전날 이곳에서 하교 중이던 초등학생 1학년 A양(7)이 폐기물 수거 차량에 치여 숨진 사고가 발생하면서 주민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분리수거장 바로 앞에는 사고를 낸 폐기물 수거 차량의 앞·뒤 바퀴 위치해 있던 곳을 그린 흰색 스프레이가 그려져 있어 사고의 참상을 실감케 했다.

분리수거장 한쪽 흰색 천을 덮은 책상 위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가 적혀있었다.

책상 옆에는 돗자리가 깔려있었고, 시민들은 국화와 과자, 음료수 등을 놓고 묵념했다.

돗자리에는 어린아이가 좋아할 만한 간식들이 잔뜩 놓였다. 한 시민은 간식을 놓으며 “얼마나 아팠을까.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가 있느냐”면서 울먹였다.

A양과 같은 나이의 자녀를 둔 이수연씨(36·여)도 초코우유를 놓으며 짧게 묵념했다. 한참 동안 사고 현장을 바라보던 이씨의 눈은 순식간에 눈물이 차오르며 붉어졌다.

이씨는 “SNS에서 사고 소식을 접했는데 바로 옆 아파트단지라서 깜짝 놀라서 찾아왔다”며 “첫째 아이도 7살이다. 자식을 둔 부모 입장으로서 너무 안타까워서 추모하러 왔다”고 말했다.

자녀들과 함께 사고 장소를 찾은 한 주민도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추모 행렬에 동참했다. 과자를 놓아두며 사고 현장을 지켜보던 이 주민은 갑작스레 터진 눈물에 아이를 꼭 껴안았다.

비슷한 나이의 손녀가 있다는 김모씨(72)도 사고 현장에서 묵념을 하고는 “인도에서 어떻게 이런 사고가 발생할 수 있겠느냐. 평소에도 위험한 곳이라고 경고했던 곳인데 결국 이런 사달이 나버렸다”며 “수거업체에서 혼자서 뭐가 그리 급했는지 의문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 1시 20분께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A양은 아파트단지 내에서 후진하던 재활용품 수거 차량에 치여 사망했다.

A양은 매일 오가던 익숙한 길인 데다 차도와 확연히 구분된 인도여서 별다른 경계 없이 걷고 있었고, A양이 단지 내 분리수거장 인근을 지날 때 재활용품을 수거하러 온 청소 차량이 단지 내로 들어섰다.

해당 차량은 재활용장이 있는 인도로 올라섰고, 곧바로 후진해 A양을 충격했다.

후진할 당시 비상등도 켜지 않았고, 후진 주행을 주변에 알리는 장치도 장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차량에는 운전자 B씨(49) 혼자만 탑승했고, 따로 안전관리를 할 여력이 되지 않았다.

폐기물관리법상 청소·수거 차량 작업자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3명이 1조로 근무하는 게 원칙이지만 지자체와 계약한 대행업체만 적용 대상이다

사고가 난 아파트는 민간업체 C업체에 위탁을 맡겼고, 3인 1조 적용 대상이 아닌 탓에 사고 당시에도 운전자 B씨만 홀로 수거 업무를 하고 있었다.

이에 광주지역 대다수 아파트단지가 생활폐기물 처리를 사설 업체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는 만큼 안전 규정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북구 관계자는 “C업체는 사업자 신고로 등록돼 있을 뿐 사고 내용과 관련돼서 지자체 차원에서 직접적인 패널티를 줄 순 없다”며 “해당 사고는 폐기물처리법상 지자체에서 따로 안전관리를 해야 하는 규정은 없어 당장은 추가 대책을 마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