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의 ‘국립트라우마 치유센터’ 운영비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14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광주 서구 화정동 옛 국군광주병원 부지에 들어선 치유센터 운영비는 정부와 지자체(광주시)가 각각 50%씩 부담하고 있다.

이에 광주시와 지역 의원들은 ‘국립’이란 명칭이 들어간 기관의 운영비 일부를 지자체가 부담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광주 서구을)과 제주 출신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비례)은 ‘국립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치유센터가 있는 지역 의원들이 법안을 낸 것이다.

양 의원은 “국가폭력으로 인한 치유센터인데 왜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론상, 원리상 입법 취지에 비췄을 때 지방자치법에도 맞지 않아서 전액 운영비를 국가에서 지원하는 법률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현행법 제18조(출연 또는 보조)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치유센터의 설립 및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예산의 범위에서 출연 또는 보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두 의원은 18조에 명시된 ‘지방자치단체’를 삭제해 국가가 치유센터 운영비를 전액 부담하도록 했다.

특히 양 의원은 ‘보조할 수 있다’란 부분도 ‘보조하여야 한다’로 개정해 국가 부담을 강제화했다.

현재 이들 법안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심의 중이다. 두 법안 모두 법안소위도 통과하지 못해 내년 예산안이 확정될 12월까지 본회의 통과는 불가능하다.

법안 개정에 따른 치유센터 예산 배분은 현실적으로 어렵게 된 셈이다.

하지만, 치유센터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비 비율 증액을 의사를 밝혀 내년도 지자체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열린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위성곤 의원(제주 서귀포시)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상대로 치유센터 운영비 문제를 지적했다.

위 의원은 “(치유센터가) 광주와 제주에 만들어졌다. 국가가 가해자이고, 피해당사자가 국민인데 (운영비를) 지방정부에 떠넘기는 것은 마땅치 않다”며 “전액 국비로 될 수 있겠끔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이 장관은 “최소한 국비 비율을 휠씬 높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통상 장관들이 상임위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검토하겠다” “살펴보겠다” 등으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것과 달리 이 장관이 구체적 입장을 밝히면서 국가와 지자체가 50%씩 부담하는 치유센터 운영비 배분 비율이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치유센터 담당 장관이 국회 상임위에서 운영비 국비 비율을 높이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전액은 아니더라도 국비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옛 국군광주병원 부지에 들어선 국립트라우마 치유센터는 총 107억원이 투입돼 지하 1층, 지상 3층(연면적 2,224㎡) 규모로 지난 4월 준공됐다.

치유센터는 국가폭력 및 적대세력, 국제테러단체에 의한 피해자와 그 가족의 심리적 고통을 치유하고 건강한 삶의 회복을 지원할 목적으로 설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