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수험생 3만 787명이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렀다.

14일 광주·전남지역 84개 시험장은 입실하는 수험생, 그리고 ‘수능 대박’을 기원하고 응원하는 교사와 후배, 가족 등으로 가득했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재수생, 30년 전 자신이 수능을 치렀던 고사장에서 시험을 보는 딸을 지켜보는 어머니, 백령도에서 광주까지 와 수능에 도전하는 해병대 수험생, 시험장을 잘못 찾아 경찰의 도움을 받은 수험생 등 수능시험장의 사연은 다양했다.



● “그동안 고생했어” 교사·부모 응원

시험장을 찾은 학부모와 교사들은 수험생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교문 주위를 서성거렸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사탕과 초콜릿 등 간식을 전달하고, 학부모는 자녀에게 최선을 다하라며 파이팅을 크게 외쳤다.

이날 대성여고를 찾은 김경희씨(48)는 “수능을 열심히 준비한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시험이 끝나고 나오면 꼭 안아주고 싶다”며 “이제 곧 대학에 첫발을 내디딘다고 생각하니 기특하기도 하고 부모 곁을 떠난다니 섭섭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설월여고 3학년 교사 김석형씨는 “아이들의 첫 시험이다 보니 긴장을 많이 한 것 같다”며 “수험생 모두 그동안 열심히 준비한 만큼 자신감을 가지고 실력을 발휘해 좋은 성적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 531㎞ 달려와 수능 응시한 해병대

인천 백령도에서 군 복무중인 현역 해병대 수험생이 10시간 걸려 홀로 광주로 이동, 시험장인 정광고에 도착해 수능을 치렀다.

카키색 배낭을 멘 해병대 수험생은 시험장에서 교통질서와 수험생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배치돼 있던 경찰의 응원을 한 몸에 받았다.

경찰은 “백령도에서 수능을 위해 광주까지 오느라 고생했다”, “멀리서 온 만큼 좋은 성적이 있길 응원하겠다” 등 격려를 했고 간식을 건네며 응원했다.



● “수험장 잘못 찾아왔어요” 발 동동

시험장을 잘못 찾은 한 수험생이 경찰의 도움으로 긴급하게 이송돼 시험장에 입실할 수 있었다.

이 수험생은 오전 7시 50분께 대성여고에 도착했다가 자신의 시험장이 아닌 것을 뒤늦게 확인했다. 다행히 대성여고 정문 앞에 있던 남부경찰서 교통안전계 경찰의 도움으로 800m 떨어진 동성고 시험장에 7시 58분께 무사히 입실할 수 있었다.

이날 광주·전남경찰은 수험생들의 긴급 수송을 지원하며 편의를 제공했다.

광주경찰청과 광주자치경찰위원회는 입실이 종료된 오전 8시 10분까지 시험장 반경 2㎞ 이내 주요 혼잡교차로 중심으로 경찰관·모범운전자 등 401명과 순찰차·경찰 오토바이 75대를 배치했다.

경찰은 정시 입실이 어려운 수험생 8명을 시험장까지 안전하게 수송했다.

전남경찰청과 전남자치경찰위원회도 오전 6시부터 오전 8시 10분까지 교통·지역경찰과 모범운전자 등 총 385명을 배치해 특별 교통관리를 했다.

광양에서는 시험장을 잘못 찾은 수험생이 경찰의 도움을 받아 광양고에서 백운고까지 14㎞ 구간을 신속히 이동해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 30년 전 부모님과 같은 고사장서 시험

대성여고 교문 앞에서는 수험장으로 향하는 아이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어머니가 눈에 띄었다.

배을희씨(49)는 1995학년도 자신이 수능을 치렀던 장소에서 딸의 수능을 지켜보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고 소회를 밝혔다.

교대 입학을 목표로 하는 수험생 임혜원양(19)은 아침 일찍 고사장에 도착하고도 신분증을 가지고 오지 않아 잠시 당황했지만 수능 관리본부의 도움으로 문제없이 시험에 응시했다.

어머니 배씨는 “혜원이가 수험장에 들어갈 때 긴장해서 울었는데 시험 잘 마치고, 나와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밝혔다.



● 대학 도전하는 실업계고 친구 응원

광주 26지구 26시험장에선 올해 수능을 보는 실업계고 수험생이 친구들과 함께 고사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동일미래과학고 이서연·권성신 학생(3학년)은 친구를 향해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며 “오늘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 있을 거야! 대학 가자”고 응원했다.

수험생 옥현아 학생은 “사실 친구들이 안 온다고 해서 조금 서운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와줘서 너무 고맙다”며 “친구들이 응원해주니까 힘이 팍팍 나는 것 같다. 덕분에 시험을 더 잘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첫 시험보다 더 떨려…간절한 재수생

새로운 목표를 위해 1년을 더 공부한 재수생은 “다시 한번 공부에 몰두한 만큼 더 긴장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시험장 대성여고를 찾은 김다온씨(20)는 “서울에 있는 대학을 목표로 1년간 열심히 다시 공부했다”며 “1년 재수한 만큼 좋은 결과를 가지고 수험장에서 나와 엄마 품에 안기고 싶다”고 밝혔다.

어머니 김선화씨(50)는 “딸이 4년간 주말도 없이 공부하며 열심히 준비한 만큼 좋은 성적을 얻을 것으로 믿는다”며 “열심히 공부한 딸이 너무 대견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광주·전남교육감도 현장 응원

광주·전남 시도교육감들도 시험장을 찾아 수험생을 응원했다.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은 광덕고를 찾아 시험장에 들어서는 수험생들을 향해 “광주 학생을 응원합니다”라며 격려했다.

김대중 전남도교육감 등 교육청 간부들도 이날 오전 76지구 제2시험장인 나주 봉황고 교문에서 시험을 치르기 위해 들어서는 수험생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대중 교육감은 “땀은 결코 여러분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동안 온갖 고난을 이겨내고 여기까지 온 만큼 여러분 자신을 믿고 후회 없이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케이크 들고 수험생 맞아준 가족

수험생 박나현양(19)의 사촌언니 최슬이씨(25)는‘수능 대박’, ‘화이팅 박나현’, ‘수능 보느라 고생했어’ 등의 문구가 적힌 손피켓과 케이크를 들고 시험장 정문 앞에서 기다렸다.

최씨는 “사촌동생이 1년간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꼭 축하해주고 싶었다”며 “수능이 끝난 만큼 동생과 호캉스·일본 여행을 가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고 싶다”고 밝혔다.



●“아버지 따라 교육자 되고 싶어요”

시험이 끝난 뒤 광주 26지구 30시험장인 살레시오여고 앞에서 만난 은지연씨(20)는 홀가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2번째 수능을 본 은씨는 “수능 시험을 무사히 마쳐서 후련하다”며 “시교육청에서 일하시는 아버지처럼 훌륭한 교육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버지 은태욱씨(50)는 딸을 꼭 안아주면서 “딸이 수능 시험을 잘 치러서 대견하고 고맙다”며 “앞으로 교육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