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KIA 타이거즈는 ‘왕조 부활’을 목표로 세웠다. 향후 몇 년 동안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전력을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이범호 감독은 타이거즈 왕조 건설을 위해 성적과 리빌딩을 동시에 잡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부임 첫해 통합우승이라는 성과를 내고 현역 사령탑 최고 대우로 재계약에 성공한 이 감독을 만나 올 한해 소회와 내년 시즌 각오를 들어봤다.



-마무리캠프 일본을 다녀왔다. 선수단 분위기는 어땠나.

▲젊은 선수들이 열심히 준비를 잘하고 있었다. 올해 신인 선수들도 함께 마무리 캠프를 소화하고 있다. 훈련 분위기도 좋았고 무엇보다 드래프트 1라운드로 지명한 김태형이 기대가 된다. 투구하는 모습을 처음 봤는데 부드럽게 잘 던지더라. 나연우, 양수호 등 다른 신인들도 구위가 좋은 모습이었다. 젊은 선수, 신인 선수들 모두 능력치가 높은 것 같아서 이들의 잠재력을 깨우는 게 감독인 나의 역할이지 않을까.



-KIA 감독으로 2027년까지 3년간 더 동행하게 됐다.

▲구단에서 많이 신경을 써주셨다. 대표이사님부터 단장님까지 감독으로서의 이범호를 잘 봐주신 것 같다. 거기에 걸맞게 많은 것들을 준비하려고 노력했고, KIA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이 팀을 좋은 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올해 잘 이뤄졌다. 이번 시즌 좋은 성적을 바탕으로 3년 동안 더 좋은 팀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받은 것 같다. 보답하고자 열심히 준비하겠다.



-중장기적인 목표로 왕조구축을 내세웠다. 단기적인 목표는 어떤 것들이 있나.

▲단기적인 목표나 장기적인 목표는 결국 프런트부터 선수단까지 모두 하나가 돼 같이 움직여야 한다. 우선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면서 젊은 선수들을 성장시켜 강팀으로 자리 잡고 싶다. 통합우승을 이뤄낸 점과 젊은 선수들을 성장 가능성을 본 것은 올 시즌의 가장 큰 수확이다. 내년 시즌에는 성적과 리빌딩을 동시에 잡겠다. 리빌딩은 1년에 젊은 선수 1명만 자리 잡아도 성공이다. 또 우리 팀을 강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성장이 중요하다. 욕심내서 한꺼번에 여러 명을 성장시키기보다는 꾸준히 선수들의 성장을 이끌어내겠다



-내년 시즌 과제 중 하나는 실책 줄이기다. 비시즌동안 어떻게 보완할 계획인가.

▲현재 주전 선수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고 프리미어12 국가대표에 발탁된 선수들도 있다. 2024시즌을 돌아보면서 왜 수비에서 실수가 많았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줄일 수 있는지를 고민하면서 나를 잘 아는 김민우 수비코치를 배치시켰고, 이야기를 나눴다. 일본 프로야구 출신 미츠마타 타이키도 초빙해 수비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올 시즌 모든 면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가장 많이 실책을 하다 보니 고민이 많았다. 실책이 잦으면 결국 어느 순간 무너진다. 안정감이 필요하다. 새로운 분위기 속에서 훈련하며 세밀한 부분들까지 바로잡겠다.



-장현식이 LG에 이적하면서 불펜진의 전력이 약화됐다. 어떤 대안을 모색 중인가.

▲장현식은 올시즌 팀에 너무나도 보탬이 됐던 선수다. 선수의 선택이기에 존중 해주는 게 맞다. 팀 불펜의 주전 투수가 나갔으니 전력이 약해지는 부분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은 선수들을 어떻게 기용하느냐에 따라서 내년 시즌 구상이 나올 것 같다. 장현식이 빠지긴 했지만 김도현이나 황동하, 유승철 등 젊은 선수들이 필승조 자리를 꿰차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또 곽도규가 올해 필승조에 합류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불펜진이 잘 만들어졌다. 선발투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해도 잘 버틸 수 있었던 이유다. 이 선수들 뿐만 아니라 중간계투진에 도전 하는 선수들이 많다. LG에서도 보상선수를 받을 수 있다. 여러 방면에서 고민을 해보겠다.



-올해 우승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맏형 리더십이 있었다는 평가가 있다. 다년간 기아 코치 경험 도움됐는지. 감독님만의 리더십 비결이 있다면.

▲KIA에서 오랜 선수생활을 했고 코칭스탭도 했고 퓨처스 감독도 했다. KIA에서 지도자 생활을 경험하면서 각 선수들의 잠재력과 기량이 좋은 선수를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선수들 역시 나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다. 서로를 알아가는데 시간 소모가 없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것 같다. 시즌내내 경기를 운영하면서도 각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점은 선수단과 감독이 서로서로 잘 파악하고 있었던 게 가장 컸다.

시켜서 하는 것보다 선수 스스로가 고민하고 노력하는 야구를 해야 한다. 첫 감독직을 맡고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것 해라’ 라고 말했던 이유다. 개인이 노력하는 것이 훨씬 성과가 좋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은 본인이 어떤 선수로 성장해야 하는지 명확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그런 길을 스스로 찾아야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선수들이 원하는 야구를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이 감독의 첫 번째 임무라 생각한다.



-마음속 MVP는.

▲김도영 선수가 우리 팀 컬러를 많이 바꿨다. 고참 위주의 팀에서, 김도영이 이번 시즌 본인의 자리를 확실히 잡아주고, 베테랑들의 실력에 김도영과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시너지를 냈던 것 같다. 윤영철, 김도영, 정해영 등 성장하는 젊은 선수들도 많다. 앞으로 무서운 팀이 될 것이다.



-좋은 선수들을 많이 육성하고 어린 선수 성장하는데 보탬이 되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했다. 젊은 선수들의 잠재력을 어떻게 하면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나.

▲젊은 선수들은 좋은 기량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감독의 눈치를 보는 선수들이 대다수다. (눈치를 보면)선수의 기량이 최대치로 발휘를 못한다고 생각한다. 경기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첫 번째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독인 내가 스스럼없이 다가서야 한다. 감독의 눈치를 보는 선수가 없어지도록 나도 노력하겠다. 사실 많은 선수는 자기 기량을 못 펼치고 운동을 그만둔다. 기량을 펼치는 선수가 많도록 팀을 이끌겠다. 경기에 나갔을 때 긴장은 되겠지만 실수를 하더라도 편안하게 임해 본인들이 하고자 하는 야구를 펼쳤으면 좋겠다.



-내년 시즌 구상은 어떻게 되나.

▲아직 완벽하게 계획을 짜지 못했지만 올해와 비슷하게 선수를 운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코치진들의 변화는 없을 것 같다. 내년 시즌에 열심히 준비를 하고, 코치진부터 선수들 모두 자기 맡은 바에서 최선을 다해 준비하면 더 나은 시즌이 될것같다.

공수에서는 이의리와 윤도현이 부상에 시달렸기 때문에 두 선수가 부상에서 빨리 회복하고 조금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확실히 좋아질 수 있을 것 같다. 이의리가 6,7월에 돌아오면 선발진이 더 강해질 거다. 시즌 막바지에 좋은 모습을 보였던 윤도현도 내년 시즌 활약이 기대된다. 외국인 선수중에서는 네일과의 동행을 생각하고 있다. 올시즌 우리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발투수였다. KS에서도 2경기를 완벽히 던져줬기 때문에 팀에 가장 필요한 선수이지 않나. 내년 시즌 정상 수성을 위해서는 소크라테스와 라우어는 좀 더 검토를 해봐야 한다.



-내년엔 팬들에게 어떤 야구를 보여줄 것인지.

▲초보 감독임에도 팬들의 지지는 많은 힘이 됐고 팬분들의 열띤 응원 속에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37년 만에 광주에서 우승을 할 수 있어 뜻깊은 시즌이었다. 한국시리즈 2연패를 목표로 내년에도 반드시 광주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분석하고 준비하겠다.



이범호 감독 약력

△경상북도 의성 출신 △대구 수창초-경운중-대구고-목원대 졸업 △한화 이글스 (2000~2009)△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 (2010) △KIA 타이거즈(2011~2019)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 연수코치 (2019) △필라델피아 필리스 연수코치 (2020) △KIA 타이거즈 2군 총괄코치 (2021) △KIA 타이거즈 1군 타격코치 (2022~2023) △KIA 타이거즈 감독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