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부재 등 문제로 진통을 겪은 광주 북구 조직개편안이 북구의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시행을 확정지었지만, 조례안 최종 심의 과정에서 반대 투표가 이뤄져 그 배경에 의구심을 낳고 있다. 상임위원회에서 원안 가결된 결정이 패싱되는 촌극이 빚어진 것으로, 2년 앞으로 다가온 광주시장 선거를 놓고 정치적 셈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또한 이례적으로 광주시 특별조정교부금을 약속받은 일부 의원들의 ‘저격 행보’가 본격화되면서 집행부·동료의원들 간 갈등도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3일 북구·북구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북구의회에서 열린 제299회 제2차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신정훈 의원이 ‘광주 북구 행정기구 설치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에 대해 발언을 신청했다.

신 의원은 “이번 조직개편안은 기존 5개국에서 8개국으로 총 3개의 국이 늘어나는 개청 이래 최대의 개편이다”며 “입법예고기간 20일 이상을 지키지 않아 절차의 정당성이 충족되지 않았고, 관리자만 늘고 실무를 하는 담당자는 줄어 행정서비스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건안 의원도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밀어붙이기식 일방통행 조직개편이라고 지적하며 “개청 이래 최대 규모의 조직개편을 진행하면서 의회 의견수렴과 논의 과정도 거의 없었음은 물론, 내부 조직진단 결과에서 나온 일선 부서와 주민들의 의견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조직개편안 의견 수렴을 위한 행자위와의 사전 간담회는 단 1차례에 불과했고, 타 상임위와는 소통이 부재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북구의회는 전자투표시스템을 통해 기명투표를 진행했고, 투표결과 찬성 11명, 반대 9명이 나와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됐다.

북구의회 회의 규칙에 따라 본회의 안건 심의는 상임위에서 가결된 조례안에 대해 반대 의견이 있을 경우 전체 20명 의원의 표결을 통해 최종 의결하도록 돼 있다.

일각에서는 행자위를 통과한 조직개편안이 본회의에서 다시 심의가 이뤄진 점에 대해 이례적이라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반대표를 던진 의원 중 진보당 소속 의원과 북구을 소속 의원 2명을 제외한 6명 의원이 북구갑에 지역구를 둔 의원이기 때문이다.

북구갑 지역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정준호 의원은 현재 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으로, 북구을 소속 의원에 비해 북구갑 소속 의원이 더 많은 반대표를 던졌다. 이는 정준호 의원의 당선무효형 선고를 의식해 재빠르게 정치 노선을 바꿨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또한 조직개편안을 반대한 북구갑 소속 의원 중 4명은 광주시로부터 특별조정교부금을 약속받은 것으로 전해졌고, 북구을 소속 4명 의원도 각각 2억여원씩 특별조정교부금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의원은 “광주시가 북구갑, 북구을 소속 각 4명의 의원을 지명해서 교부금을 내린 것은 처음이다”며 “보통 시의원들에게 교부금을 주고 지역구에 내리는 식이었는데 이번 사안은 이례적이었다”고 말했다.

특별조정교부금은 광역자치단체가 기초자치단체에 현안 등 특별한 목적 사업을 시행하도록 지원해주는 예산으로, 광역자치단체장의 통치자금이자 정치인 줄세우기 자금 형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실제로 전미용·기대서 의원은 긴급현안질문을 통해 ‘북구 공상의 방’ 조성사업에 제동을 걸었고, 그 사이 광주시는 ‘한강 작가 북카페 조성’ 적절성 논란에도 한강 작가의 집터가 아닌 대체부지를 예비비로 매입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정준호 의원 사법 리스크와 광주시장 선거를 앞두고 의원들이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 위한 ‘전략적 의도’가 숨어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양임 행자위원장은 “상임위에서 북구 조직개편안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지적사항을 전달했다”며 “조직개편안에 대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일부 의원들은 불만이 있을 수 있겠지만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상임위 결정을 놓고 반대 투표까지 가게 돼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북구 관계자는 조직개편안에 대해 “현재 1개국에 8~7개 과가 소속돼 있는 과밀상태로 이번 조직개편은 업무기능 중심으로 국을 재배치하고 신속 정확히 업무를 수행해 주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함이다”며 “상임위 간담회를 두 차례 실시했지만 조직개편안에 대한 입장 차이가 있었고, 입법예고와 조직관리위원회는 관련 조례에 근거해 적법하게 추진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