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엊그제 비상계엄을 전격 선포했다가 6시간만에 해제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붕괴시키려는 반국가세력에 맞서 구국의 의지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선포 이유이다. 그렇지만 이는 전시나 사변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가 있어야 발동이 가능한, 요건에 전혀 맞지 않을뿐더러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의 모범국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의 현실과도 괴리되는 행위라 판단된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담화에서 야당의 잇따른 국무위원·검사 탄핵과 내년도 예산안 강행 처리 등을 계엄 근거로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같은 사안들이 세계는 물론 우리나라 건국 이후에도 유례가 없던 상황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설령 야당이 국정에 대한 과도한 견제를 했다 하더라도 이 근거가 비상계엄 선포 요건이 되는지는 강한 의문이 들수 밖에 없다. 실제 헌법학자들도 비상계엄은 전시나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가 있거나, 공공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이 같은 요건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대부분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온몸으로 투쟁해 쟁취한 민주주의의 근간을 45년 만에 비상계엄 선포로 한순간에 흔들어 버리는 상황을 초래한 것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하기가 어렵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전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헌정질서를 파괴한 윤석열 정부는 물러나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한 성명에 수긍이 갈 수밖에 없다. 특히 자신을 비판하는 시민단체나 국민들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세운 부분은 경쟁자를 적으로 생각하는 이분법적 사고로 밖에 볼 수 없다.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 의결과 국민들의 강력한 반발로 윤 대통령은 6시간만에 계엄 선포를 해제하긴 했지만 지금부터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라고 판단한 것에 대한 잘잘못 여부는 물론, 권한을 남용했는지에 대한 위헌 여부도 따져봐야겠지만 대통령의 판단 과정이나 선포 절차에 문제는 없었는지, 철저히 짚어보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에 대한 정치적인 파장과 이에따른 책임 등을 어떻게 수습할 지는 전적으로 윤 대통령의 몫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