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곳곳을 누비며 주민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일조하는 것도 제 업무라 생각합니다.”

전남의 한 우체국 집배원이 추운 날씨 속 인적이 드문 시골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치매 노인을 구한 사연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그 주인공은 장흥우체국 위성태 주무관(55).

32년차 배테랑인 위 주무관은 칼바람이 불던 지난달 26일 장흥군 장평면 마산마을에서 배달 업무 중 길에 쓰러져 있는 노인 A씨를 발견했다. 그는 곧바로 마을회관으로 노인을 옮겼다. 얼어있는 몸을 녹일 수 있도록 담요 등을 덮어줬고 의식을 차릴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렇게 의식은 돌아왔지만 가족에게 인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치매 환자인 탓에 가족의 이름과 연락처 등을 알 수 없었던 것. 장평면에서만 8년 근무했던 위 주무관도 모르는 얼굴이었다.

위 집배원은 “그날 업무가 많이 남아 난감한 상황에서 한 주민이 ‘곧 치매환자인 누나와 같이 살 것’이라 말했던게 기억났다. 전화를 해보니 다행히 내 생각이 맞았다”고 회상했다.

당시 A씨의 동생은 약을 구입하러 집을 비운 상황이었다. 하루 100㎞ 넘는 거리를 달려야하는 위 씨는 바쁜 상황에도 A씨가 안전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끝까지 현장을 지켰다.

이 같은 사실은 A씨의 가족이 우체국에 감사 인사를 전하러 방문하면서 알려졌다.

위 집배원이 A씨를 구조할 수 있었던 건 평소 배송하면서 지역민들에게 안부를 묻는 친절함 덕분이다.

담당 지역이 시골인 만큼 노인들이 많아 위 씨는 이곳에서 한창 젊은 편에 속한다. 그러다보니 주민들이 본인의 부모님 같고 안전하게 지내고 있는지, 아픈데는 없는지 꼼꼼히 안부를 묻는다는 설명이다.

위 집배원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는데 쑥스럽다. 발견 당시에는 ‘빨리 구해야겠다’는 생각 밖에 안들었다”면서 “누구나 나처럼 행동했을 것이고 지역 곳곳을 누비는 집배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상적인 배달 업무 외에도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지속적인 관심을 토대로 사회공헌을 위한 활동을 하는 등 주민들과 밀접한 곳에서 안전을 지키는 안전망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홍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