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참사가 3주기를 맞았다. 붕괴 사고는 11개월에 걸친 수사를 통해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전형적인 인재로 규명됐지만,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행정처분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특히 사고 관련 책임자들은 재판에서 서로의 책임을 떠넘기며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더 큰 아픔과 상처를 남기고 있다. 최근에도 불·편법 비리로 얼룩진 후진국형 인재가 되풀이되고 있고 있는 만큼 강도 높은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통한 안전한 사회 구축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 1심 선고·서울시 행정처분 주목

지난 2022년 1월 11일 화정아이파크 201동 공사 현장에서 39층 바닥 면부터 23층 천장까지 내외부 구조물 일부가 붕괴해 건설노동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붕괴가 시작된 39층의 바닥 시공 방식이 당초 설계와 다르게 무단으로 변경되면서 PIT층 하부 가설지지대(동바리)가 조기 철거돼 연쇄 붕괴로 이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붕괴사고 직후 수사본부를 구성한 경찰은 사고 책임자들의 과실 입증에 주력하며 11개월 만에 수사를 마무리했고,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붕괴사고 책임자 17명과 회사법인 3곳은 오는 20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사고 책임을 물어 현산, 하청업체, 감리업체 등 책임자들에게 최고 징역 10년을 구형했고,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들과 회사법인들이 서로 책임을 미루며 혐의를 부인하기도 했다.

국토부도 붕괴사고 책임을 물어 현산에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 등 법이 정한 가장 엄중한 처분을 내려줄 것을 사업자 등록 관청인 서울시에 요청했다.

이에 서울시는 부실 시공 혐의로 8개월의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내렸으나,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현산의 영업정지 처분을 관련 본안 소송 1심 판결이 선고된 이후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하도록 결정했다. 이로 인해 현산에 대한 행정처분은 3년이 지난 현재까지 미뤄지고 있으며, 서울시는 1심 판결 이후 현산에 대한 행정처분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또 하수급인관리 의무 위반에 대해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을 내렸으나 4억원의 과징금 납부로 대체됐다.



● 올해부터 재시공…2027년 준공 목표

지난 2023년 7월부터 시작된 화정아이파크의 지상 주거층 해체공사도 17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현산은 지난해 12월 17일 화정아이파크 8개 동 지상 주거층에 대한 해체공사를 마쳤고, 지난 2일부터 재시공에 들어갔다.

당초 지상층 전면철거 후 재시공할 예정이었으나 현산은 예비입주자협의회와 협의 등을 거쳐 지상부 1~3층을 존치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공사 현장에서는 철거한 아파트를 다시 짓기 위한 골조 작업 등이 이뤄지고 있으며, 재건된 아파트는 2027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현산은 주거층 해체 완료 후 남은 지상부(1~3층)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진행했고, 1·2단지 모두 구조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산은 예비입주자협의회와 협의를 거쳐 화정아이파크의 새로운 단지명을 ‘광주 센테니얼 아이파크’로 변경했고, 100년의 프리미엄과 가치를 담은 아파트로 짓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호명기 현산 A1추진단장은 “도심지 초고층 건물의 해체라는 전례없는 공사를 진행하면서 현장 주변 피해 최소화와 안전한 현장을 만들기 위해 철저하게 관리했다”고 강조했다.



● 비극 없는 안전한 사회 염원

지난 11일 화정아이파크 붕괴 참사 3주기 추모식이 열린 사고 현장에는 희생자 유가족들이 모여 사고 책임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재발 방지대책을 촉구했다. 또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에 대한 애도를 표하며 안전한 사회를 염원했다.

안형주 화정아이파크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세월이 무심히 흘러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참사의 아픔은 여전히 우리 가슴 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며 “8개 동 철거가 마무리됐지만, 희생자들의 빈자리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현산은 결국 솜방망이 처벌을 받을 것이고, 서울시와 현 정부는 처벌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현산은 스스로 채찍질해서 진정한 반성과 함께 안전한 시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슬픔과 억울함 속에서 사회적 갈등을 겪는 유가족을 보호하고 지원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홍석선 화정아이파크 상가피해대책위 대표는 “현산은 붕괴 사고 이후에도 상가 피해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서구청은 현산에 대한 철저한 감독과 안전 관련 법규 강화를 통해 제2의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환준·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