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수련 특례·입영 연기 등 유화책을 제시했지만 지역 의료계의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해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해부터 의료현장 복귀를 위해 갖가지 특례를 동원했음에도 냉소적인 입장이었던 만큼 ‘의대 정원’ 원점 협의 없이는 복귀 유도 효과가 사실상 미미할 전망이다.

13일 지역 의료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지역 대학병원에서는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전공의 정원 345명 중 10여명만 근무하고 있으며, 조선대병원은 173명 중 6명에 불과하다.

앞서 전남대병원은 지난해 12월 전공의(레지던트) 모집 공고를 냈으나 지원자가 극소수에 불과했고, 조선대병원은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전남대병원은 전공의 공백을 메우고 전문의 중심 체계로 전환하고자 작년 12월 진료전담의사 추가 채용 공고를 냈으나 지원자 없이 접수를 마감했다.

조선대학교병원도 최근 응급의학과·소아청소년과 응급전담 및 신생아실·소화기내과 내시경전담 진료전문교수 채용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없었다.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에서 사직 처리된 전공의는 각각 224명, 108명으로 지난해 전공의 업무를 일부 대신할 수 있는 진료보조인력(PA) 간호사 비중을 확대해 운영 중이다. 응급실도 전문의 등 남은 의료진들로 운영되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지난 10일 합동브리핑에서 전공의 수련 규정에 특례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전공의가 원래 수련한 병원과 전문과목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고, 복귀한 사직 전공의가 수련을 마친 후 의무장교 등으로 입영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사직한 전공의는 1년 이내에 동일 과목·동일 연차 모집에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지난해 2월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지난해 7월 시점으로 사직서가 수리된 것이어서 올해 3월 ‘원대 복귀’가 불가능하다.

수련 특례가 적용되면 1~2월 있을 올 상반기 추가 모집에서 원래 있던 병원으로 돌아가 수련을 이어갈 수 있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지역 대학병원은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모집에 나서기로 했다.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은 14일 레지던트 1년차 채용 공고를 내 모집하고, 다음 달 3일에는 인턴 모집 공고를 병원 홈페이지에 게시할 예정이다.

레지던트·인턴 채용 합격자 발표는 면접(실기) 시험을 거쳐 각각 오는 23일과 다음 달 7일 발표한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전공의 수련 특례 적용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정부가 밝힌 ‘내년 의대 정원 원점 재검토’에 대해선 말장난이라며 불신을 드러냈다.

합동브리핑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 나간다면 2026학년도 의대 정원 확대 규모도 제로베이스에서 유연하게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료인력 수급 전망, 대다수 학생이 작년 수업에 참여하지 못한 점, 각 학교 교육여건 등을 논의에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운창 전남도의사회 회장은 “정부가 전공의 복귀 유도책을 마련했다 할지라도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현장에 복귀하기에는 힘들 것이다”며 “내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의 경우 두루뭉실한 입장이라 설득력이 떨어지고, 의대 정원을 줄이겠다는 확실한 입장을 보여야 대화가 시작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조선대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채용 공고를 올릴 예정이만, 사직한 전공의 가운데 다른 병원으로 취직하거나 다른 진로를 선택한 이들도 있어 얼마나 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오는 15~17일 전국 221개 수련병원(126개 기관이 통합 모집)별로 레지던트 1년차와 상급연차(2~4년차) 모집을 실시한다.

모집인원은 지난해 사직 전공의 전체인 레지던트 1년차 2,676명, 2~4년차 6,544명(인턴 2,967명 모집은 2월 공고)으로 20~22일 면접을 거쳐 23일 합격자가 발표된다. 최환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