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지역상생 일자리모델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출범 5년 만에 중대기로에 섰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주장하는 노조의 첫 파업에 회사의 근간인 ‘노사상생발전협정서’ 준수가 우선이라는 사측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시험대에 오른 GGM의 위기 탈출을 위해 노·사·민·정이 다시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GGM 등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와 광주글로벌모터스지회는 지난 10일 확대간부 20여명이 4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2019년 GGM 출범 이후 5년 만의 첫 노조 파업이다. 노조는 확대간부 파업에 이어 이날부터 조합원 순환파업에 나선다는 방침이었지만, 집행부 2명만 이날 오후 3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 차질 등 애초 우려됐던 단체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GGM 앞날은 안갯속이다.

GGM 노사는 현재 설립 기반인 노사상생발전협정서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내세워 대치중이다.

2019년 1월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에서 서명한 노사상생발전협정서는 누적생산 35만대 달성까지는 GGM 상생협의회에서 근로조건과 작업환경을 협의하고, 매년 임금인상의 경우 전년도 소비자물가상승률만큼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두고 노조는 헌법을 위반한 무효 계약서라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사회적 약속’ 이행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노조측은 “지역상생형일자리이자 광주형 일자리 1호인 광주글로벌모터스에서 파업이 일어난 것은 사용자, 광주시, 주주단이 노동조합과 상생의 길을 포기하고 탄압을 선택했기 때문”이라며 “이들은 노사상생협정서 준수를 내세워 노동3권을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금인상과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GGM 주주단은 “GGM은 노사민정의 사회적 대타협으로 체결한 노사상생발전협정서를 기반으로 설립했다”며 “회사의 모든 구성원은 협정서를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이 팽팽히 맞서는 사이 생산 차질은 현실화되고 있다. 올해 캐스퍼 생산량은 GGM의 예상량에 한참 미치지 못했고, 특히 기존 연 4만여대 생산이 이뤄졌던 내수 물량이 1만5,000대 수준까지 주저앉았다. 차량 품질에 문제가 없었음에도 전년도보다 절반 넘게 감소한 것은 노사 갈등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2교대 전환으로 300명을 추가 채용하겠다는 계획도 물거품됐다.

더 큰 문제는 GGM 주주단이 노조 파업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현행법상 노동3권을 앞세운 노조의 쟁의행위에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점이다.

GGM이 노조 요구안을 들어주려면 노사상생발전협정서 초안을 믿고 투자한 주주들의 반발, 이후 GGM이 짊어질 노조리스크, 정관을 위반해야 하는 경영진 부담 등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 위탁생산을 맡긴 현대차의 대응도 변수다.

이에 광주시는 오는 14일 GGM 조정중재특별위원회 구성을 위한 노사민정실무위원회를 여는 등 해법을 찾는다는 방침이지만, 노조의 쟁의행위로 이미 금이 간 신뢰를 회복하고 정상화 수순을 밟을지는 미지수다.

광주시의회 채은지 부의장은 “임금·조건 등 양쪽이 주장하는 바가 너무 달라 조속히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고 양쪽의 입장차를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주주들도 어떻게든 사태를 안정시켜 다시 GGM의 성장을 도모하는 게 더 나은 미래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GM 주주 A기업 대표이사는 “투자 결정 전제조건인 노사상생발전협정서가 위반됐고 GGM 설립 목적 달성이 앞으로도 어렵다고 판단되면 투자를 철회할 수 밖에 없다. 실제 파업 전 일부 주주들은 이러한 의견을 밝혔다”면서 “다만 주주들도 미래를 이끌 청년을 모으고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나섰던 만큼 투자 철회를 지금 당장 시행하자는 분위기는 아니다. 노조는 즉각 쟁의행위를 중단하고 중재조정 절차에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