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이를 키우면서 자장가로 ‘섬집아기’를 자주 불러 주었다. 아무리 칭얼거리다가도 시를 낭송하듯 노랫말을 음미하며 ‘섬집아기’를 들려주면 아이는 평화롭게 잠이 들었다. 어느새 자식까지 낳아 아빠가 된 지금도 옛이야기를 하며 그 노래를 부르면 촉촉해진 눈빛으로 싫지 않은 기색이다. 아들도 나도 이미 함께 공유하는 추억의 노래가 되어버린 것이다.

사실, 아들아이는 핑계일 뿐 내 스스로 취해서 부르고 또 부른다고 보아야 맞다. 노래를 잘 불러서가 아니라 동요 안에 담긴 시를 읊는다고나 해야 할까. 집안에서는 물론이고 자동차 안에서 또는 여행지에서까지 ‘모래성’, ‘나뭇잎 배’, ‘엄마야 누나야’, ‘겨울나무’, ‘구두 발자국’, ‘아기별’ 등의 주옥같은 동요들을 시도 때도 없이 소리내어 부르곤 한다. 동요를 부르고 듣는 순간만큼은 세상사의 시끄러움이 모두 사라지고 한없이 마음이 평온해짐을 느낀다.

아들아이가 어릴 적 가장 좋아했던 동요는 ‘나뭇잎 배’였다.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 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불러 달라고 열심히 졸라 놓고도 이쯤 부를 무렵이면 두 눈을 가리면서 “엄마! 그만…”을 외치곤 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아 더 못 듣겠다고 했다.

어느 시인의 말에 의하면 시는 지식이 아니라 노래이며, 사람의 마음을 평화롭고 풍요롭게 해야 한다고 했다. 시를 쓸 때도 억지로 머리로 짜내지 않고 감동이 차올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을 때 저절로 흥얼거리는 콧노래처럼 뱉어낸다고 했다. 가슴에서 단숨에 토해낸 시에는 무슨 소리인지도 모를 난해한 구절이 있을 리가 없을 것이며 시인의 호흡과도 같은 자연스러운 리듬이 숨어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쏟아내기 전까지 얼마나 시어들을 가슴에서 삭히고 삭혔겠는가.

아무리 좋은 시라도 읽히지 않으면 금고 안에 감춰놓은 보석과 다름이 없다. 아름다운 곡을 실어 노래로 불린다면 시를 읽는 몇몇 사람에게만이 아니라 널리 널리 전파의 가속이 붙을 것이다. 시인의 마음으로 돌아가 낭송하고 노래로 부를 때 고운 노랫말의 의미가 한층 더 빛을 발하며 가슴 가득 담겨옴을 느낄 때가 많다.

언제부턴가 동요들이 어디로 숨어버렸다. 아이들이 있는 곳이면 언제 어디서건 울려 퍼지던 동요가 잘 들리지 않는다. 자라면서 부모님이, 이모 삼촌이, 언니 오빠가 부르던 동요를 마치 전래동화를 읽듯 자연스럽게 우리도 따라서 불러왔던 것 같다. 바로 그것이 동심의 공유는 물론이고 세대 간의 정서를 잇는 중요한 디딤돌 역할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겠다.

어린 시절 불렀던 동요들이 지워지지 않는 향기가 되어 가슴에서 영원히 살고 있음을 종종 느낀다. 언제든 마음의 창만 열면 별, 달, 은하수, 시냇물, 바다, 풀냄새, 꿈, 뒷동산, 아지랑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올 것만 같다. 그 동심의 보고(寶庫) 안에는 항상 영롱한 별들이 반짝인다. 슬픔도, 기쁨도, 희망도 별을 보며 나누었던 순수의 시간들!

요즈음 우리 아이들은 어디에서 별을 찾을까 늘 궁금하다. 아이들의 마음에 별을 심어주고 싶다. 공재동님도 그런 마음으로 ‘별’이라는 시를 읊지 않았을까.

“즐거운 날 밤에는/ 한 개도 없더니/ 한 개도 없더니//마음 슬픈 밤에는/ 하늘 가득 별이다//수만 개일까/ 수십만 개일까//울고 싶은 밤에는/ 가슴에도 별이다//온 세상이/ 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