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려 날씨도 춥고 물가도 비싸 점심 한 끼 먹기도 힘든데 끼니도 챙겨주고 친구 소식도 들을 수 있어서 무료 급식소가 사랑방입니다.”

6일 오전 9시께 광주시 남구 서동 개미꽃동산 사랑의 식당 무료 급식소에서 만난 사랑의 식당 김정숙 총무팀장은 매년 식재룟값이 치솟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무료 급식소 식사 메뉴는 △밥 △동태무국 △어묵떡볶이 △김치 △가랏나물 등으로 이른 시간부터 자원봉사자들과 사회봉사자, 노인 일자리 직원 10여 명이 음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아침 식사도 하지 않고 무료 급식소를 찾은 어르신들은 음식 준비가 시작되기 전부터 식당에 모여 서로 안부 인사를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곳은 광주시로부터 한 끼 단가 4,000원으로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지만, 최근 계속된 재룟값과 공과금 상승으로 영양가 있는 식단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먹고 있었다.

김 총무는 “공공요금이랑 식자재값이 오르면서 음식을 준비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며 “정년퇴임을 한 50~60대 자원봉사자와 노인 일자리, 사회봉사자들로 겨우 운영이 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배식 시작을 1시간 30여 분이 남았지만, 이른 시간 급식소를 방문한 한 어르신은 식당 내부로 들어와 음식을 준비하는 자원봉사자에게 다가가 ‘항상 음식을 준비해주셔서 감사하다’, ‘추운 날씨에도 고생이 많다’ 등의 감사 인사를 남기고 친구를 찾아 자리에 앉았다.

하루 평균 320여 명의 어르신들이 식사하기 위해 방문해 이날도 자원봉사자 10여 명이 350여 명이 식사를 할 수 있게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 어르신은 조금이라도 돕고 싶어 부엌으로 들어왔고, 자원봉사자는 ‘자리에 앉아계시라 위험하다’며 조리실 내부로 출입을 막았다.

이날 언덕에 위치한 사랑의 식당에는 사흘째 눈이 내려 길이 미끄러워 평소보다 적은 260여 명의 어르신들이 방문해 식사를 해결했다.

누구든 오는 순서대로 자리에 앉으면 오전 11시께 자원봉사자가 직접 식사가 담긴 식판을 어르신께 가져다준다.

봉사자들은 어르신들이 모두 착석하자 동태무국과 김치 등이 담긴 식판을 전달했다.

식사를 마친 어르신들이 떠날 때도 봉사자들은 ‘주말에도 많은 눈이 내린다고 합니다. 길이 많이 미끄러울 수도 있으니 안전에 유의하셔야 한다’며 다시 한번 안부를 챙겼다.

이날 급식소를 찾은 김모씨(89·여)는 “날씨가 추워져서 따뜻한 밥 한 끼가 더욱 간절한데, 이렇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해주니 정말 고맙다”며 “집에 혼자 있으면 밥을 제대로 챙겨 먹기 어려운데, 이곳에서 따뜻한 식사를 할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1시간 걸려 급식소를 방문했다는 정모씨(83·진월동)는 “집에서 혼자 밥을 먹으면 맛도 없고 재미도 없는데, 여기서 여러 사람과 같이 먹으니 밥맛도 꿀맛이다”며 “따뜻한 국에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웠다”고 말했다.

20년째 무료 급식 자원봉사를 하는 황대복씨(83)는 “어르신들이 오셔서 꼭 점심만 먹는 건 아니고 같이 오신 노인분들과 대화도 하는 사랑방처럼 운영이 되고 있다”며 “어르신들이 여러 사람을 만나서 혼자 있는 것보다 대화도 하고 얼굴도 보고 노시는 모습을 보니 봉사활동을 하기 잘한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빛고을예술단 단장 나덕주씨(65)는 “돌아가신 부모님이라 생각하고 봉사를 열심히 하고 있다”며 “식사 봉사를 하다 보면 어르신들이 맛있게 드시는 모습만 봐도 힘이 난다”고 말했다.

사회복지법인 분도와안나 개미꽃동산이 운영하는 사랑의 식당 무료 급식소는 지난 1991년부터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기초생활 수급자·독거노인·차상위·노숙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무료 급식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무료 급식을 원하는 노인분들에게 완전식품을 전달했다.

사랑의 식당 김정숙 총무팀장은 “지난해보다 50% 이상 재룟값이 급등했지만, 기부·후원은 30% 이상 줄어들었다”며 “어르신들에게 더 좋은 음식을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 많은 분의 기부와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수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