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인용될 경우 치러지게 될 조기 대선에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출마 의사를 밝혔다. 변방으로 추락한 호남정치 부활이 시작되었다는 평가와 함께 박준영, 이낙연 전 전남지사의 현역시절 대선 출마에 이어 3번째 도전으로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지 지역사회 곳곳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중앙과 지방을 아우르는 폭넓은 행정 경험이 있고, 해남·완도·진도 선거구에서 국회의원으로 선출되었으며, 문재인 정부의 첫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으로 활동했다. 이후 재선 전남도지사로서 임기 내내 직무수행 평가에서 압도적인 수준의 지지를 받았고,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빼고는 모든 공직을 다해본 호남 정치인이다. 세상의 모든 연기가 위로 올라가는 것처럼, 일단 정치권에 한번 발을 들이게 되면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높은 자리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전남도지사의 이번 대권도전은 너무 자연스러운 결정이다. 진심으로 응원한다.

무엇보다 다가올 대선, 잘 준비하시길 바란다. 호남 대표주자로서 공식적인 대선 출마를 선언하게 되면, 그동안 전남도지사로서의 성과 이외에 전남·광주의 상생발전을 위해서 어떤 역할들을 했었는지 많은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특히 광주에서 회견이 진행될 경우, 수도권 공공기관 2차 유치, 나주SRF 열병합발전소 가동, 나주 혁신도시 발전기금 조성, 도·농 버스노선 문제, 호남 초광역 에너지 공동체 RE300 등에 있어서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라 지역 상생 측면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해왔는지 소상하게 밝혀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민간·군공항 통합 이전에 대해서도 전남도·무안군·광주시의 3자 논의에 있어 ‘당사자론’을 제기하며 광주시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보다는 전남과 광주는 운명공동체라는 관점에서 전남도가 무안군을 위해서 더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다양한 카드는 없었는지 질문할 수 있다.

전남도 산하의 기초자치단체장인 무안군수 입장에서 보면, 이웃 형제인 광주시장보다는 친형제인 전남도지사의 발언과 약속을 훨씬 더 간절하게 기다렸을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선거에 임하면서 가장 주의해야 할 한 가지가 있다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덫에 놓이게 되는 경우다.

주권자들이 모르는 것 같고 때론 모른 척 해주는 것 같지만,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인으로서 특정 사안에 대해 일관성과 진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큰 선거일수록 자신이 과거에 했던 행동과 현재의 말이 일치하지 않으면 금새 신뢰를 잃게 되고, 무너진 지지율을 높이기 어렵게 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아직 대선 시즌이 돌입되기 전이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전남과 광주의 유권자들에게 먼저 자신의 행정 경험과 성과를 설명하면서도, 지역 이슈들에 대해 균형 잡힌 해법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현역 전남도지사이기 때문에 광주 군공항 이전 등을 포함한 전남·광주의 상생 발전 메시지를 밝히고, 여건이 된다면 당장 집행 권한을 발휘할 수도 있다.

어렵게 생각할 것도 없다. 산적해있는 전남·광주 상생 문제 하나하나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볼 것이 아니라, 큰 틀에서 물꼬를 터야 한다. 광주는 전남 22개 시·군민들이 모여서 조성됐고 그래서 전남과 광주는 천년의 동반자이자 한뿌리인 형제도시이기 때문이다. 현역 전남도지사의 대권 도전의 길에 큰 정치인으로서의 면모와 전남·광주에서 시작해서 함께 상생하는 대한민국으로 전진하는 통 큰 결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