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의 성지 광주 도심에서 잇따라 개최된 탄핵반대 집회에서 극우 보수 유튜버 등의 터무니없는 가짜뉴스와 혐오 발언 등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지역사회에 이들이 의도적으로 지역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오는 15일 보수단체의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어 탄핵 찬반집회 참가자들간 몸싸움 등 충돌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딱히 집회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경찰 등 관계기관들이 극우단체와 시민들간 충돌 방지 등 차선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광주에서의 탄핵반대 집회를 예고했던 극우 성향의 보수 유튜버 안정권씨가 주말인 지난 8일과 9일 오후 2시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강행했다. 안씨는 당초 5·18민주광장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광주시가 불허하자 장소를 인근 무등빌딩 앞으로 옮겼다. 광주에서의 탄핵반대 집회는 12·3 계엄사태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이번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200여명의 극우 보수진영 지지자들이 참여했다.

특히 이번 집회에서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한 막말까지 등장해 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안씨는 집회에서 “5·18은 쿠데타고, 폭동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거짓말이 아니다. 역사가 지나 민주화로 인정받은 것이지, 방식과 행동은 내란이고 폭동이다. 일반 국민이 무기고를 털고 다이너마이트를 도청에 설치하고, 군인을 상대로 총을 쏜 것은 내란이고 무장 폭동이다”라며 황당한 주장을 이어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깨어있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에서는 주말마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TK(대구·경북) 탄핵 기각 의견이 60%가 넘었다. 40% 초반에 멈춘 광주만 깨어난다면 대통령 탄핵을 저지할 수 있다”고도 했다. 또 광주시의 5·18민주광장 집회 불허 결정에 대해 “강기정 광주시장이 SNS를 통해 나을 나치라고 칭하고, 극우 유튜버라고 말한 것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 극우 유튜버가 아니고 평화로운 집회를 하는 사람으로서 일요일 집회 마무리 전까지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한 20대 남성 참가자도 “윤 대통령은 국정운영을 잘 하고 있었지만 반 국가세력과 민주당이 중국공산당과 합세해 윤석열 대통령을 끌어내리려 했다. 나라가 박살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최후의 선택은 계엄뿐이었다”며 이해하기 힘든 주장을 쏟아냈다.

집회 도중 참석자들은 ‘CHINA OUT’, ‘STOP THE STEAL’, ‘탄핵 남발이 내란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예산삭감이 테러다’ 등의 피켓과 태극기·성조기를 흔들며 ‘탄핵무효’ 구호를 외치는가 하면 금남로 일대에서 거리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탄핵반대 집회가 열렸던 지난 8일 오후 5시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는 지역 170여 개 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윤석열정권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의 윤석열 즉각 파면 13차 광주시민 총궐기 대회가 열렸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매주 토요일 열리는 광주시민 총궐기대회에는 집회측 추산 500여 명이 참여해 “내란 수괴 윤석열을 탄핵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박미경 공동대표는 “여전히 지속되는 내란 사태에 맞서 광주시민 모두가 다시 광장으로 모여 주시길 바란다”며 “오는 15일 예정된 세이브 코리아의 광주 집회와 맞서 압도적인 광주시민의 결집으로 극우 내란 세력에 맞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비상행동은 이날 대회를 열기 전 보수 유튜버의 탄핵 반대 집회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고 “일부 극우주의자들이 민주주의의 성지 광주에서 불법 계엄을 정당화하는 선동을 하는 것에 대해 분노를 표한다”며 “불법적인 내란 선동에 대해 단호히 대응하고, 5.18 폄훼에 대해 분명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윤석열정권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 기우식 대변인은 “이날 극우 내란 선동을 돈벌이에 악용하려는 극우 유튜버 안정권의 집회(50여명 참가)는 무시 전략을 통해 대응했다”며 “집회 과정에서 5·18특별법 위반, 내란 선동에 대해서는 고발 조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수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