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새로운 수출 효자 품목으로 자리잡아가는 농림수산물. 최근 K-푸드 열풍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던 중 트럼프 발 관세에 제동이 걸릴 위기다.

특히 일부 지자체는 미국에게 수출을 전적으로 의존하고 산업 중심지 동부권의 철강·석유화학은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관세 상승은 기업 타격을 넘어 지방소멸 위기가 심각한 전남 시·군의 쇠락을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10일 전남도와 한국무역협회 광주전남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남 수출액 455억6,000만달러 중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7억 7,883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농수산식품의 대미 수출액은 1억 5,488만달러로 해당 분야 수출의 19.9%를 차지한다. 이는 전년비 23.3% 증가했으며 전국평균 증가율 7.6%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22.3%였던 지난 2020년 대비 의존도는 줄었지만 수출액은 1억 3,017달러에서 무려 18.9% 늘었다.

보편관세가 부과된다면 대미 수출 의존도가 상당한 전남의 일부 군소 지자체가 직격탄을 맞게 된다. 구체적으로 신안군은 작년 전체 수출액 1억 900만 달러 중 수산가공품 수출 비중이 1억 290만 달러, 이중 대미 수출 의존도는 무려 68%(7,000만달러)에 달한다.

같은기간 강진군 전체 수출액 2,102만달러 중 미국 수출은 569만 달러(27.0%)다. △수산가공품(344만달러) △농산가공품(88만달러) △산식물(38만달러) △어류(25만달러) △해조류(23만달러) 등 미국으로 향하는 주력 수출 품목이 대부분이 농수산식품에 해당된다.

목포·고흥은 수산물 수출이 주력인데 대미 의존도가 각각 15.2%·15.9%다.

곡성·구례군은 주요 수출 품목인 농산물 중 25.0%·15.5%가 미국에 판매된다.

식품에 대한 관세로 수요가 줄어들면 최근 하락세인 김, 쌀, 톳 등 산지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다. 소규모인 만큼 약간의 판매 부진도 치명적이라 중소기업 ceo와 농·어업인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남 경제를 이끄는 동부권 지역들도 관세율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이라는 특정 상품을 대상으로 25% 관세조치를 예고했다. 지역 2대 수출품인 철강판은 약 90%를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생산한다. 작년 전체 생산 중 대미 수출 비중은 4.4%에 불과하지만 금액은 3억6,000만달러를 웃돈다.

현재도 270만톤 초과 수출분에는 관세를 부과하는 쿼터제가 실시중이지만 최근 글로벌 가격경쟁, 중국 부동산 침체로 국내 철강업계 전체 수출량이 현재도 상한선에 못미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관계자는 “아직 행정명령 공표가 없는 상황으로 구체적 내용이 나올 때까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철강 대미수출은 232조 국가 쿼터를 적용받는 중이고 이번 관세 조치가 국가 쿼터 비체결국에 대한 것인지 포함인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불황이 길어진 여수국가산단 석유화학단지는 중국이 자체 생산 비중을 높일 상황을 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석유화학 중간재를 한국에서 수입해 완제품을 생산·수출하는 특성 때문인데 다만 미·중 갈등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도 공존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대로 일률적인 추가 관세는 업계에 타격을 입힐게 불가피하다. 더 나아가 지역 세수 하락에 전남의 지방 소멸을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역 경제단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제조업 보호를 내세운 만큼 제조업에 대한 추가 관세 부여는 우려된다. 하지만 한미 FTA 협상에 따라 대부분 수출 농수산식품은 0% 관세율이 적용중이고 앞으로도 무관세 품목이 늘어나 가능성이 다른 산업에 비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그럼에도 구체적인 통상정책 발표에 앞서 FTA 협상 재검토 소식까지 전해지는 등 동향을 주시하고 대미 의존도가 높은 지자체와 품목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홍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