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은 물론 60대에 이르기까지 최근 광주·전남에서 마약 관련 범죄가 심심찮게 터져나오고 있다. 지역사회에 은밀하게 마약이 확산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SNS 등 마약에 접근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면서 확산세가 빨라질 수 있는 만큼 서둘러 근절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광주서부경찰서는 10일 서구 한 술집에서 종업원에게 마약이 든 술을 권유하고,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마약류 관리법 위반, 공무집행방해)로 60대 남성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7일 오후 11시께 광주 서구 금호동의 한 호프집에서 여성 업주 B씨와 술을 마시던 중, B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술잔에 마약을 몰래 넣어 마시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술을 마시던 B씨는 정신이 혼미해져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고, B씨를 상대로 한 병원의 마약 간이 검사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다.

A씨는 업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현장에서 인적사항 등을 확인하려 하자 해당 경찰의 얼굴을 발로 차고 욕설을 하는 등 폭력을 행사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지인으로부터 받았는데 마약인 줄 몰랐다”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관계자는 “A씨가 마약을 구하게 된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며 “동종 전과가 있는 점을 고려해 구속 수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6일에는 광주 유흥업소 등에서 외국인 선원을 대상으로 마약류를 투약·유통한 혐의로 30대 이주여성 C씨 등 8명이 목포해경에 검거됐다. 해경은 이 과정에서 시가 420만원 상당의 MDMA 1정, 케타민 7.6g을 압수하기도 했다.

지난달 16일에는 광주 동구의 한 모텔에서 20대 남성이 투신소동을 벌이다 마약 투약 사실이 들어나 경찰에 체포되는가 하면 지난달 17일에도 광주 북구 한 모텔에서 20대 남성이 마약을 투약한 후 스스로 112에 신고해 경찰에 붙잡히는 등 광주·전남에서 마약 관련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마약 관련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데는 마약 구매가 갈수록 용이해진 환경과 갈수록 교묘해지는 판매 수법 등이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NS 등에 강하면서 상대적으로 마약에 대한 경각심이 약한 젊은층 사이에 관련 사범이 늘어나는가 하면 재범 사례까지 확인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17일 북구에서 마약 투약 사실을 스스로 신고한 20대 남성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서 속칭 ‘던지기 수법’을 통해 필로폰을 구매한 뒤 수차례 투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날 마약 투약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보호관찰 중이던 20대 여성이 마약을 재투약하다 붙잡히는 경우도 있었다. 이 여성은 광주 한 주택가에서 필로폰과 모르핀을 친구 4명과 수회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광주보호관찰소는 이 여성에 대해 집행유예 취소를 검찰에 신청했고, 함께 투약한 혐의를 받는 4명의 친구를 광주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마약 관련 범죄가 최근 몇년새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동구 보건소 노해란 의약관리팀장은 “과거에 비해 우리 지역도 마약 범죄가 증가하고 있어 더이상 안전지대로 보기 어렵다”며 “마약은 한번 시작하면 혼자 끊기 매우 어렵다. 중독 증상을 보인다면 전문 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 동구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박현선 센터장은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마약 범죄가 급증하고 있어 심각하게 우려된다. 숨겨진 마약 범죄까지 고려하면 그 심각성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호기심으로라도 마약에 손대는 일이 없도록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경찰 관계자는 “지난 2022년부터 2023년까지 2년간 광주지역 마약사범 검거 건수는 무려 979건에 달했다.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며 “최근 지역 마약류 관련 범죄가 점조직화되고 던지기 수법 등으로 고도화되고 있다. 지역에서는 필로폰 유통 적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마약 투약자와 텔레그램 등에서 마약을 유통하는 판매책을 검거하기 위해 투트랙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피의자 검거 후 마약 투약 공범 등의 여부를 확인하고 추적하는데 수사력를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