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액운을 모두 떨쳐 보내고, 올해는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랍니다.”

정월대보름을 하루 앞둔 11일 오후 광주 광산구 쌍암공원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고 있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부터 흰머리가 가득한 90대 어르신까지 올 한해 평안을 기원하는 마음은 모두 같았다.

공원에 모인 시민들은 세시풍속을 구경하고 있었고, 한 어르신은 풍물단의 가락에 맞춰 덩실덩실 어깨 춤을 췄다.

부모님과 손잡고 방문한 아이들 역시 풍악이 신기한 듯 바라보며 박수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었다.

쌍암공원 광장에 마련된 달집에는 ‘올해 안에 좋은 연봉을 받고 이직하기’, ‘로또 1등과 가족 건강’ ,‘모두가 건강하고 무탈한 한해가 되자’, ‘올해 안에 연애하기’, ‘안전사고 없는 한해’ 등 시민들이 한자한자 써넣은 염원들이 가득 담겼다.

첨단2동 주민 김모씨(69·여)는 “행사시작 전 올 한해 가족들이 무탈하고 안전하게 살면서 돈도 많이 벌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축원문을 작성했다”며 “아직도 장가를 못가고 있는 노총각 아들이 올해는 꼭 좋은 여자친구를 만나서 결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성 황룡면에서 온 고관주씨(68)는 “가족들의 건강을 우선 기도했다. 모든 일이 다 잘 풀렸으면 한다”며 “지난해 제주항공 참사, 에어부산 화재 등 많은 재난사고가 발생한 만큼 올해는 국민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한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 소망했다.

순천 월등면에서 쌍암공원을 찾은 이모씨(63)는 “지난해 이상기후로 농민들은 너무 힘든 한해를 보낸 만큼 올해는 풍년으로 농업인들이 웃으며 살길 바란다”며 “이날 이후로 나라의 안녕과 평안이 찾아오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오전 11시께 광주 동구 지산2동 마을사랑채 당산나무에서 열린 다복마을 당산제에선 조선대학교 풍물패의 신나는 연주가 더해져 흥겨운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신나는 연주가 끝나고, 동계경로당 권기식 당장의 집례로 본격적인 당산제가 시작되자 주변에서 지켜보던 50여명의 주민들의 눈과 귀는 일제히 당산나무 앞 제례상으로 향했다.

마을의 안녕과 평원을 기원하는 내용으로 진행된 당산제는 엄숙하면서도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펼쳐졌다.

당산제에 참여한 지산2동 이모씨(26)는 “이곳은 200여년 전부터 줄곧 더운 여름날 온 마을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모여들어 삼삼오오 이야기 꽃을 피웠던 놀이터였다”며 “당산나무에 주민들의 안녕과 만복이 깃들어 모두에게 희망이 가득한 한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광주시 동구(지산2동 당산제), 서구(덕흥마을 당산제), 남구(광주공원 당산제 및 당산문화제) 북구(충효당산제), 광산구(운남동 당산제·평동 정월대보름 한마당)등에서도 정월대보름 맞이 행사가 다양하게 펼쳐졌다.

광산구 관계자는 “정월대보름은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명절로, 다양한 세시풍속을 통해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이다”며 “시민들이 정월대보름 행사에 참여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한 해의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