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광주 도심에서 수만 인파가 모인 대규모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성숙한 민주시민의식을 바탕으로 45년 전 ‘대동세상’을 또다시 재현했다.

5·18민주광장과 금남로에 모인 시민들은 매순간 극우보수단체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절제된 행동과 차분한 대응을 견지한 채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했고, 대통령 탄핵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이날 시민들은 보수단체의 ‘광주 흔들기’에 휘둘리지 않았고 큰 불상사 없이 광주의 자존심을 곧추세웠다. ▶관련기사 2·6면

윤석열 정권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광주비상행동)은 지난 15일 오후 3시께 광주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245 앞 도로에서 제14차 광주시민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총궐기대회는 오월풍물단의 길놀이를 시작으로 자유발언, 공연, 현장인터뷰 등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전일빌딜245 건물에서 5·18 민주광장까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고 집회 참가자들은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파면’, ‘김건희 구속하라’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탄핵 찬성 구호를 힘껏 외쳤다.

앞서 광주비상행동은 극우보수단체의 탄핵반대 집회에 맞서 호소문을 내고 “광주는 1980년 군사독재세력의 불법 쿠데타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피 흘렸던 민주주의의 근원지다”며 5·18민주광장과 금남로에 모여달라고 호소했다.

비상행동측은 이날 총궐기대회에 시민 2만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집회에는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 민주당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은 물론 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소나무당·정의당 등 야권 인사들과 지역 법조계·종교계 등도 동참했다.

발언대에 오른 강기정 광주시장은 “헌법을 부정하고 내란을 획책한 세력들이 5·18민주광장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해서 사용할 수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며 “헌법을 부정한 사람들은 절대 집회·시위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말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시장은 이어 “당시 광주 시민이 전두환을 막아섰던 것처럼 윤석열을 막아서는 것이 광주 정신이다”며 “헌법 부정 세력들은 전부 처벌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도 “무도한 내란 세력에게 광주와 전남, 대한민국을 내줄 수 없다”며 “불의한 내란 세력을 척결하고 정의를 위해 승리하자”고 밝혔다.

총궐기대회에 앞서 보수성향 기독교단체 세이브코리아는 이날 오후 1시께 동구 금남로 흥국화재 빌딩 앞부터 금남로 5가 구간에서 국가비상기도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대구,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극우 일타강사인 전한길씨도 이날 집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개신교 예배 형식으로 진행된 집회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손에 쥔 채 부정선거 의혹 등을 제기하며 윤석열 탄핵 반대를 주장했다.

당초 집회 참가인원을 1만여명으로 경찰에 신고한 세이브코리아측은 이날 참석 인원을 5만명 가량이라고 추산했다.

경찰은 집회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커지면서 탄핵 찬반 참석자들간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양측이 신고한 집회 장소 사이 50m가량의 공간에 경찰 버스로 차벽을 세우고 폴리스 라인을 설치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양 집회가 겹치고 탄핵에 대한 찬반 주장이 엇갈리면서 중간중간 사소한 언쟁이나 신체적 접촉은 있었지만 경찰의 적극적인 개입과 시민들의 차분한 대응 노력으로 다행히 물리적 충돌 등 큰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박미경 광주비상행동 공동대표는 “이번 집회는 광주시민의 저력을 보여준 자랑스러운 자리였다. 본 집회 시작전 세이브코리아측 일부 참가자들이 전일빌딩과 5·18민주광장에서 광주시민을 상대로 시비를 걸어왔다. 하지만 시민들은 직접 대응하지 않고 경찰에 중재를 요청하는 등 수준높은 대응으로 일관했다”며 “폭력사태 없이 집회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45년전 그랬듯 광주가 또다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