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이 이쁜 꽃 사왔어. 우리 딸 너무 보고 싶네… 꿈속에서 만나자.”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49재 합동위령제가 열린 지난 15일 오전 무안국제공항 1·2층 대합실. 흐린 날씨만큼 무안공항 대합실 분위기는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낸 슬픔으로 무거웠고, 유족들의 눈물과 오열만이 공허한 대합실을 채우고 있었다.

49재 합동위령제 시작을 앞두고 분향소에 설치된 영정과 위패를 확인하던 희생자 가족들의 얼굴엔 그리움과 쓸쓸함, 슬픔이 함께 투영돼 있었다.

이날 행사는 △개식 △국민의례 △희생자 애도 묵념 △헌화 및 분향 △추모사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박한신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대표를 비롯해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이정기 한국공항공사 직무대리, 박정수 피해자지원단 단장, 김영록 전남도지사, 강기정 광주시장, 김산 무안군수, 권영진 국회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특위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식순에 따라 1분여 동안의 희생자 애도 묵념이 끝난 뒤 유가족의 헌화·분향이 시작됐고 희생자 179명의 이름과 조문객·유가족들의 메시지가 LED 화면에 띄워졌다.

그 순간, 유족들은 힘겹게 참고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가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말 없이 서 있던 한 유족은 ‘내 딸아, 너무 보고 싶다’고 오열했고, 이를 지켜보던 다른 유족과 자원봉사자 등 관계자들도 연신 손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유족들의 오열은 무안공항 대합실 곳곳에서 들려왔다. 스크린을 통해 유가족 대표의 헌화를 지켜보던 50대 유가족은 북받치는 감정을 추스리기 힘들어 자리에서 일어나 유가족 텐트로 들어가기도 했다.

이어 진행된 추모사에서 박한신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가족협의회 대표는 “시간이 흘러도 유가족들은 12월 29일 그날의 아픔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사랑하는 이들의 소중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사고 원인을 밝혀내고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철저한 조사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 안전을 강화하겠다”며 “무엇이 잘못됐고 바뀌어야 하는지 그 답을 찾을 때까지 유가족의 편에서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전남도는 유가족의 슬픔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길에 늘 함께하면서 특별법 제정을 통한 피해자 배상과 의료지원, 자녀 교육비와 생계비 지원, 철저한 진상규명까지 끝까지 책임지겠다”며 “고인들을 기억하고 추모할 안식의 공간을 마련해 그분들의 아름다운 삶과 꿈을 영원히 추억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부모, 자식, 동료, 친구였던 당신들이 우리 곁에 없다. 우리는 여전히 서로 슬퍼하고 함께 위로하고 있다”며 “서럽지만 다가오는 새봄을 맞이해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겠다. 참사 원인을 밝히고, 남은 가족들이 함께 치유 받고, 모든 이들이 안심하고 살아가는 안심 사회를 만드는 일은 우리의 몫이다”고 다짐했다.

권영진 국회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특위 위원장은 “참사 원인을 낱낱이 밝혀 유가족과 국민께 소상히 알리고 비극적 참사가 없도록 대책을 마련하며 피해자와 유가족을 지원하는 특별법 제정에 힘쏟겠다”며 “피해자와 유가족의 명예가 실추되는 일이 없도록 각별한 관심과 더욱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오전 행사에 이어 오후 1시부터는 중요무형문화재 제72호인 씻김굿을 송순단씨가 진행했다.

씻김굿은 죽은 사람의 영혼을 좋은 곳으로 가도록 인도하는 굿으로 세습무들이 춤과 노래로써 신에게 비는 것으로 이승에서 풀지 못한 망자의 소망이나 원망 등 한이 될 것들을 풀어서 극랑왕생 하도록 하는 굿이다.

위령제에 참석한 시민 김모씨(55)는 “유가족들의 슬픔에 감히 공감할 수 없지만,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다”며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참사의 진상규명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며 “제주항공 사고 원인뿐만 아니라 왜 전국의 공항에 로컬라이저가 흙이 아닌 콘크리트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의혹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 천막 법당에선 (사)한국불교약사회가 주관하는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49재 범국민 합동위령제가 열렸다.

유가족 일부는 이날 오후 2시 광주 무각사 지장전에서 열리는 대한불교조계종의 49재 봉행에 참여해 희생자를 재차 기리고 안전 사회를 기원했다.

유가족 20여 명은 이번 추모 행사가 끝나도 공항에 남아 밝혀지지 않은 사고 원인 등 향후 절차를 논의할 예정이다.

정유찬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가족협의회 관계자는 “49재가 종료된 이후에도 무안국제공항을 찾는 추모객들과 유가족들을 위해 1층 합동분향소는 정상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며 “오는 8월까지는 1229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무안국제공항 합동분향소가를 운영하며 남은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