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 광주시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3대 수당’이 정착하지 못한 채 삐걱이고 있다.

올해로 시행 3년차를 맞은 농민수당은 수요예측 실패로 지급 대상이 되레 줄어들었고, 올 상반기 시범 운영을 통해 내년 도입 예정이었던 참여수당은 관련 예산 삭감으로 좌초될 위기다. 지급대상 선정과 사회적 공감대 부족 등 여러 난관에 부딪힌 가사수당은 극심한 재정난 속에 관련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17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23년 농민의 삶의 질 향상과 농업의 공익가치를 유지·증진하기 위해 특광역시 최초로 농민수당을 신설해 첫 지급에 들어갔다.

시는 ‘광주광역시 농민공익수당 지급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수당 지급의 근거를 마련했고, 첫해 40억4,400만원, 2024년 50억3,5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하지만 수요예측 실패로 지난해 지급 대상 1만306농가 중 8,425농가에만 수당이 지급됐고 불용액 8억9,700만원은 시의회의 2차 추경에서 삭감됐다.

농민수당 지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주요 원인으로는 업무분장 미숙과 지급 기준 변경 등이 꼽힌다.

제도 기획 당시 농민수당은 참여·가사수당과 함께 전략추진단에서 업무를 총괄했지만 지난해 초 농업동물정책과로 업무가 이관돼 예산 집행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공익형 직불금 지급 대상은 관외 거주자(1,442곳) 발생 등으로 줄어들었다.

여기에 세부 지침이 변경되면서 2017~2019년 1회 이상 직불금을 지원받은 농가는 수당 지급 대상에서 빠졌고, 신청 직전 연도 3년 중 1년만 농사를 짓고 있으면 혜택을 주도록 수혜 대상이 변경된 점도 혼란을 키웠다.

공론화와 타당성 연구용역 등이 이뤄지며 속도를 낼 것 같았던 가사수당도 답보 상태다.

청소와 세탁, 음식준비 등 일반적인 가사노동에 대해 지자체가 수당을 지급해 가사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자는 취지로 기획된 이 제도는 광주여성가족재단의 타당성 및 추진방안 연구 결과가 도출되며 조기 도입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여성가족재단은 관내 40~50대 비경제활동인구 중 자녀(9~24세) 또는 부모(65세 이상)와 동거하는 4인 이상 가구의 가사 수행자 1만8,400여명을 지원 대상자로 추산했다.

세대별 1인 30만원(지역사랑상품권) 지급시 총 55억2,000만원의 시비가 소요될 것으로 재단은 분석했다.

하지만 공감대 부족과 지급대상 기준 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데다 역대급 재정난 속에 간담회·토론회 등 관련 논의는 2023년 10월 이후 멈춰선 상태다.

무엇보다 전국적으로 전례가 없는 현금성 복지 사업인 가사수당 도입을 위해서는 보건복지부와 제도 정비 및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를 거쳐야 해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공익활동 참여시간에 따라 시간당 수당을 지급하는 참여수당 도입 또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는 참여수당 관련 조례를 토대로 수차례 자문 회의를 거쳐 △빈 그릇 실천 △십분간 소등 △안전 신문고 제보 △하루 8,000보 걷기 △헌혈 △ 자치활동 참여 △민주시민 교육 수료 △공공배달앱·전통시장 이용 등 10가지 공익활동 분야를 선정했다.

시는 올해 상반기 시범사업으로 1인당 최대 10만원씩 300명에게 참여수당을 지급할 계획이었지만 시의회의 2025년 본예산 심사에서 ‘시민참여 수당 플랫폼 구축’ 예산 1억200만원이 전액 삭감되면서 제동이 걸렸다.

광주시의회 박필순 의원(광산3)은 “지난 2년여간 참여수당 관련 정책 토론회와 수차례 전문가 회의가 열렸고 가사수당의 경우 연구용역, 설문조사, 여론조사, 12차례 TF 기획 등을 거쳤다. 하지만 광주시는 아직까지 두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 계획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민선 8기 주요 공약인 공익수당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큰 만큼 신속한 검토를 거쳐 시범 운영 등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수당 제도는 재원 확보, 대상자 선정, 사회적 공감대 형성 등 여러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고려해야 해 도입에 어려움이 있다. 가사·참여 수당 지급 시기는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수당은 한번 지급되면 되돌리거나 빼앗을 수 없기 때문에 설계 과정부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