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연극계 후배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른 극단 대표가 피해자의 공개 폭로 2년 8개월 만에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11부(고상영 부장판사)는 17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지역 극단 대표 A씨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3년을 명령했다.

다만, 재판부는 방어권 보장 등을 고려해 A씨를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또 A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극단 연출가와 배우 등 2명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12년부터 수년 동안 극단 대표이자 연출가로서 위력을 사용해 여성 배우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권력형 성범죄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이른바 미투 운동을 통해 2022년 6월 알려졌다.

이후 광주연극협회는 긴급 이사회를 열어 극단 대표 등 회원 3명에 대해 제명 결정을 내렸다.

피해자는 당시 입장문을 내고 “가해자들이 5·18이나 정의에 대한 공연을 올리는 것을 보면 분노가 치밀었고, 극심한 원형탈모와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무기력에 시달렸다”며 “치료를 받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진단받자 스스로 이상행동이라고 여겼던 것들이 성폭력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임을 명확하게 알게 됐고, 무언가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에 성폭력 사건에 대한 고소 및 공론화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이날 법원 1심 선고에 대해 성명서를 내고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임에도 피고인에게 엄중한 실형을 선고한 유의미한 판결”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책위는 “오래전 경험한 폭력을 말하지 못한 채 피해회복을 주저하게 했던 피해자들에게 희망을 줄 것이다”며 “다만 무죄가 선고된 혐의에 대해서는 끝까지 엄중한 책임을 묻는 과정을 이어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최환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