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광주 서구 쌍촌동 천주교 광주대교구 성당은 깊은 슬픔과 침묵 속에 잠겼다. 성당 앞에는 평일임에도 아침 일찍부터 지난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추모하려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고 성당 안은 숙연한 분위기 속에 눈물과 기도로 가득했다.
오전 9시. 조종이 세번 울리며 시작된 추모 미사에는 400여명의 신자들이 참석해 교황의 영면을 기원했다.
김영호 비오 신부는 “주님의 양 떼를 돌보는 대사제로 뽑으신 주님의 종 프란치스코가 이제 하느님 나라의 사제단에 들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해달라”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류 가족에게 사랑을 베풀며 주님의 평화를 이루는 도구였으니, 이제 하늘의 성인들과 함께 평화를 누리길 바란다”고 영원한 안식을 위한 기도를 이어갔다.
추모 미사를 찾은 김수현씨(50·여)는 애써 울음을 삼키며 “마지막 인사를 드리러 왔다”고 말했다.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손수건을 이용해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고, 미사가 끝난 후에도 빈소를 향한 추모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신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약자를 보듬어온 사람’으로 기억하며 그의 숭고한 삶을 기렸다.
성당을 찾은 김모씨(24)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에서 교황명을 가져올 만큼 소외된 이들을 위해서 행동하셨던 분이었다”며 “최근 폐렴을 극복하시고 건강을 회복하셔서 부활절에 축복 기도도 해주셨는데 갑작스러운 선종 소식이 들려와 가슴이 너무 아팠다”고 말했다.
어머니와 함께 분향소를 찾은 이모씨(67)는 “교황님은 늘 희망의 빛이 어둠을 물리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며 “교황의 뜻을 따라 세계의 전쟁을 막고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서상채 유스티노 신부(98)는 “교황님 추모 미사에서 2014년 140명의 신도와 함께 광주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동행했던 감동적인 순간이 생각났다”며 “당시 교황님과의 따뜻한 악수와 축복을 받았는데, 갑작스러운 선종 소식에 가슴이 너무 아프고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교황님께서 못다 이루신 평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며 “남북 통일이 하루빨리 이뤄져 전쟁 없는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신도 전옥자씨(66)는 “가톨릭 신자로서 교황님의 평소 행적을 기리며 가난하고 힘없고 병든 약한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겠다”며 “우리가 겪는 가장 큰 문제는 무관심이다. 사랑을 실천할 때, 어렵고 가난한 이웃에게 먼저 다가갈 때 비로소 이 세상에 평화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3월 최초의 예수회 및 남미 출신으로 교황에 선출됐다.
2013년 임기 첫 부활절 미사에서는 “아시아의 평화, 무엇보다 한반도에서 대립을 극복하고 화해의 새로운 정신이 자라나길 바랍니다”고 말하며 한국과의 인연을 시작했다.
교황선출 이듬해 8월 대전에서 열린 아시아청년대회에 역대 3번째 교황으로 방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기간 동안 그해 4월 발생했던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기억하기 위해 노란 리본을 몸에 항상 착용하기도 했다.
그 해 8월 15일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서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생명을 잃은 모든 이들과 이 국가적인 대재난으로 아직도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성모님께 의탁한다”며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도 잊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광주지역 추모 미사는 24일부터 26일까지 쌍촌동 광주대교구청 성당에서 매일 오전 9시께 진행된다.
장례식이 진행되는 26일까지는 쌍촌동 광주대교구 성당 내부에 분향소도 운영된다.
분향소 운영시간은 24일과 2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장례식이 진행되는 26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2시까지다.
광주대교구는 당초 교구 내 분향소를 마련하지 않을 계획이었으나 교황의 영원한 안식을 기도할 수 있는 공식 분향소를 희망하는 의견을 옥현진 교구장이 수렴, 분향소 마련을 결정했다.
각 본당별로도 교황 추모미사와 분향소가 운영된다.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은 26일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서 열린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