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가 5·18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로 깎아내린 데 대한 지역사회 공분이 거세지고 있다.

지역정치권과 오월단체 등은 일제히 한 예비후보의 발언을 내란 동조세력의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망발로 규정하고 비뚤어진 역사관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지역사회에선 또 개헌을 고리로, 한 예비후보와 이른바 ‘반이재명’ 빅텐트를 구체화하고 있는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상임고문의 행보를 두고서도 “정체성을 부정하고 배신하는 행위” 등 격앙된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6일 지역정치권에 따르면 강기정 광주시장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후보가 5·18 민주화운동을 자꾸 광주사태, 광주사태라고 반복하는 것을 보며 참 부끄러움이 밀려온다”고 쏘아붙였다. 강 시장은 “한 후보! 광주사태가 아니라 5·18민주화운동이랍니다. 법에 그리돼 있지요”라면서 “지난 45년 겹겹이 쌓인 기억과 아픔의 첫 겹조차 모르는 ‘호남사람’, 그래서 더 부끄럽고 화가나네요”라며 그릇된 역사인식을 꼬집었다.

5·18 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와 5·18 기념재단도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5·18 민주화운동이라는 국가에서 인정한 공식 명칭 대신 광주사태라고 부른 한 예비후보는 스스로 내란 동조세력이라는 것을 입증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5·18은 사태가 아니라 헌정 질서를 수호하고 국민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 피 흘렸던 숭고한 저항이자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둥”이라며 “여전히 5·18을 부정·왜곡하는 내란 동조세력의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선에 출마하자 뒤늦게 호남 출신을 강조하며 5·18을 정치적 무대로 삼는 이중적 태도도 보인다”며 “5·18 명칭 왜곡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오월 정신을 훼손한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예비후보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직후인 지난 2일 5·18 민주묘지 참배가 시민단체에게 막히자 “저도 호남 사람입니다”를 15차례 외친 뒤 발길을 돌렸다.

한 예비후보는 다음날인 지난 3일에는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라고 깎아내렸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한 예비후보의 호남사람 발언을 두고 “모멸감을 느낀다. 호남 무시 발언이다”면서 “막중한 책임을 팽개친 후안무치한 자로 역사와 정의 앞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직격했다.

이런 가운데 새미래 이낙연 상임고문이 한 예비후보와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루는 등 사실상 단일화 행보를 구체화하자 이 고문의 행태를 성토하는 목소리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 고문은 이날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한 예비후보와 오찬 회동을 마친 뒤 브리핑을 통해 “대한민국이 악마의 계곡을 넘어 새로운 희망이 움트는 제7공화국으로 가도록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개헌연대를 구축해 개헌을 추진하는데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때 호남 대망론에 불씨를 지피기도 했던 이 고문의 이 같은 행보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한 ‘반이재명’ 전선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이 고문이 오랫동안 호남을 정치적 뿌리로 삼아왔다는 점에서 이번 연대 시도는 지역민과 민주 세력의 역사적 아픔과 정체성을 부정하고 배신하는 행위로 여겨지고 있다”며 “이재명 후보에 대항하기 위한 반이재명 빅텐트는 지역 민심을 전혀 읽지 못하고 있는 처사다. 특히 그 상대로 내란 공범 프레임에 갇혀 있는 한 전 총리를 선택한 것은 명백한 오판이다”고 비판했다.

지난 20대 대선 민주당 경선 당시 이낙연 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이병훈 전 국회의원은 “탄핵정국을 초래한 윤석열 정부와 맥을 같이한 한덕수 총리와 연대설까지 나온다는 것은 민주당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며 “‘이재명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정치 끝에 무엇이 남겠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