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그동안 집구석에서 홀로 밥을 챙겨 먹었는디, 이젠 담소를 나누면서 먹을 수 있으니 너무나 좋소.”

16일 오전 11시께 담양군 봉산면 송산경로당.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지침으로 중단된 무료급식소가 2년 4개월 만에 문을 열자 경로당에는 무료배식을 받기 위해 모여든 어르신들로 북적였다.

일부 어르신들은 그리운 얼굴들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무료배식 1시간 전부터 나와 있었고, 경로당 앞 평상에서는 담소를 나누며 웃음 꽃을 피우는 모습도 모였다.

점심시간인 오전 11시 20분이 되자 어르신들은 평상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뒤로하고 하나둘 경로당 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경로당에 들어서자 고소한 쌀밥 냄새와 구수한 참기름이 들어간 제육볶음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부엌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식판에 나물 반찬과 된장국을 담았다.

어르신들은 한 상에 네 명씩 자리에 앉아 음식을 기다리며 텔레비전 프로그램, 날씨, 농사 등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어르신들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식판을 자원봉사자들로부터 건네 받자 마스크를 벗고 식사를 시작했다.

자원봉사자들은 밥통을 들고 돌아다니며 밥이 부족하진 않는지 입맛엔 맞는지 물어봤다.

박영신 자원봉사자(67)는 “10년 넘게 자원봉사를 하고 있어 이곳 사정에 대해 속속히 알고 있다”며 “경로당이 문을 닫았을 때 가구마다 반찬 배달을 했었지만 서로 만나지 못해 아쉬운 어르신들이 많은 것을 느꼈다. 건강하게 다시 만나게 돼서 다행이다”고 기뻐했다.

20여 년 동안 경로당에서 어르신들과 동고동락하며 지낸 이귀순 씨(87)는 “집에 혼자 있으면 TV밖에 볼 게 없어 하루가 너무 길었다”며 “서로 살림살이도 도와주고 숟가락 갯수도 아는 사이들인데 2년간 단절되니 너무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게 수줍은 미소를 지은 정은순 씨(71)는 “가족들도 떨어져서 살고 집에서 혼자 밥을 챙겨 먹기도 여건이 좋지 않다”면서 “나이가 다들 있다보니 혹여나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다시 떨어지는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김보윤 송산마을 이장(79)은 “매일 10~12명 정도 식사를 하러 오는데 그동안 끼니를 챙겨드릴 수 없어서 걱정했다”며 “날씨가 풀린 요즘은 야외 평상에서 모이기라도 하는데 추운 날씨엔 야외에 있을 수가 없어서 이번 겨울은 유독 쓸쓸했다”고 말했다.

한편, 송산경로당은 지난달 10일부터 경로당 운영을 재개해 경로식당 문을 열고 결식우려가 있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경로무료급식사업은 지원받은 복권기금에 담양군 자체사업비를 더해 운영하며, 60개소 경로당에서 약 940명을 대상으로 매주 월~금 점심 식사를 제공한다.

담양군 가족행복과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경로당 프로그램, 교육, 식사 제공 등 복합공간으로서의 경로당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담양=민찬기·정일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