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의 생명을 품은 이 특별한 갯벌을 터전 삼아 사람도 자리를 잡았다. 2,169종의 동·식물에게 기꺼이 보금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갯벌은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삶의 근원인 셈이다. 국내 최대 면적을 자랑하는 신안갯벌이 세계 자연유산에 ‘한국의 갯벌’이라는 명칭으로 등재됐다.
신안갯벌은 우수한 경관과 다양한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어 보전가치가 매우 높다. 갯벌의 독특한 경관과 청정성, 활용성 등에서 세계적인 가치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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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안 증도면 병풍도 갯벌 |
◇신안 갯벌, 세계 유산 등재
한국의 갯벌 중 ‘신안 갯벌(1,100.86 ㎢)’은 세계 최고 수준의 커다란 조차와 섬들에 의해 생성됐다. 복잡한 조류와 깊은 갯벌 퇴적물로 다양한 생성과 진화 과정, 높은 생물다양성을 보유했다.
전 세계에 보고된 바 없는 ‘모래-자갈 선형체’라는 특이 퇴적체는 유일무이하다. 최대 40m에 이르는 두꺼운 펄갯벌 퇴적층이다.
가장 두꺼운 조간대 펄퇴적층의 형성과 해수면 상승에 따른 홀로세 퇴적 진화를 잘 보여주고 있어 ‘성숙한 다도해형 섬 갯벌’의 전형으로 평가 받고 있다.
역동적인 암석들로 이뤄진 다도해 갯벌의 특성상 펄갯벌과 모래갯벌, 혼합갯벌, 자갈갯벌 등 모습도 제각각이다.
암반서식지와 해빈, 사취, 사구, 염습지, 조류세곡 등 발달한 서식지도 큰 자랑거리다.
신안갯벌이 포함된 ‘한국의 갯벌’은 지난해 7월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 결정됐다.
신안갯벌은 천연성이 유지된 자연에 대한 세계 최고 수준의 인증으로 브랜드 가치와 위상이 높아졌다.
신안군민들의 세계유산을 보전하고 지속 가능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긍심도 한층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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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해읍 매화도갯벌 |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 경제 활성화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100대 주요 관광지 중 약 70%가 세계유산에 해당하는 사례가 입증하기 때문이다.
갯벌로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독일 와덴해의 연간 방문객은 1,000만명에 달한다. 평균 체류일 수는 8∼10일로 연간 최대 수익은 7조 5,000억원, 고용효과는 3만8,000명에 이른다.
가장 낙후된 지역이었으나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관광객 증가에 따른 지역 경제 활성화가 이뤄졌다.
지난 1993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야쿠시마는 연간 방문객이 23만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났고, 관광수익만 연간 1,500억원을 올리고 있다.
국가적 관심이 향상됨으로써 책임감이 형성되고 보전, 관리를 위한 다양한 국가 정책도 펼쳐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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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 갯벌 세계자연유산 보전본부 조감도. |
◇갯벌 유산의 중심, 신안군 세계자연유산 보전본부 유치
신안군에 국내 2번째 세계자연유산인 ‘한국의 갯벌’의 국립 갯벌 세계자연유산 보전본부가 들어선다.
지난 8월 해양수산부는 갯벌 세계자연유산 보전본부 건립을 위한 최적지 선정을 위해 ‘갯벌 세계자연유산 보전본부 건립지 공모’를 시행, 계획서 서류평가, 발표평가, 현장평가를 진행했다.
신안군은 ‘갯벌 세계자연유산 보전본부’의 건립에 대한 이해도, 갯벌의 관리체계 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 보전본부의 건립지로 최종 선정됐다.
올해 실시설계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신안지역에 최초의 국가기관 설립은 지역 균형발전의 모범 사례로, 지역민들이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시설물 조성과 운영과정에서 1,366억원의 생산유발, 700억원의 부가가치와 2,500여명의 고용유발 등 경제적 파급효과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신안군은 세계자연유산 보전본부를 신안갯벌만을 위한 것이 아닌, 한국의 갯벌 전체를 통합·관리하는 국가기관으로 위상을 높이기 위해 행정력을 끌어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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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안 암태도갯벌 |
◇한국의 갯벌 중 ‘신안갯벌’의 특성과 가치
갯벌은 지구에 남아 있는 마지막 생물다양성의 보고다. 모든 생명체는 빛과 물, 온도, 공기, 땅과 같은 물리적인 환경 속에서 적응해 왔다.
생물 다양성은 물리적 환경을 유지시키는 근간이다. 갯벌이 건강할 수 있는 것은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며 먹이사슬과 상호작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안의 펄갯벌 지역에 발달한 생태계는 먹이사슬과 에너지흐름이 원활하다.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 속에서 역동적인 갯벌생태계가 지속되고 높은 종 다양성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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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도면 갯벌과 칠게 |
특히 ‘신안갯벌’에 많은 철새들이 방문하고 국제적인 보호종의 비율이 높다는 것은 이 지역의 생태학적 과정이 활발하고 군집의 진화가 안정적이라는 또 다른 증거다.
고경남 세계유산과장은 “많은 물새들이 갯벌을 방문하고,
이들의 먹이가 되는 저서무척추동물이 생체량이 높으며 갯벌에서 생산되는 먹이를 이용하는 연안수산물의 생산량이 높다는 점이다”며 “독특하게도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어업활동은 갯벌생물 상호 간의 균형이 완벽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 식생대의 대표 염생식물 종들도 대부분 서식한다. 염생식물은 펄 갯벌 상부역에 새로운 서식지를 형성하는데, 일반적으로 토양의 염분 농도가 0.5% 이상인 곳에서 더 잘 자란다.
생태계 내에서 저질의 퇴적 가속화와 침식 방지를 통해 생물들의 서식지를 유지시켜 주는 기능에도 충실하다.
염생식물은 질산염과 인산염 흡수를 통해 갯벌 주변해역의 적조발생을 방지하고 생태계의 에너지 순환과정을 완성한다. 해조류도 총 152종이 관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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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도면 태평염전 염생식물원 |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한 신안갯벌
갯벌은 인류에게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였다. 선사시대 이후 토착 거주민들은 갯벌에서의 어패류, 해조류 채취를 통해 생명유지에 필요한 식량자원을 공급하고, 공동체 삶의 터전으로서 전통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신안의 섬 지역에서만 총 6개의 신석기시대 패총 유적이 발견됐다.
‘신안갯벌’에 대한 이용방식은 역사적으로 고도화됐다.
갯벌에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들을 채집해 식량자원으로 이용하는 방식에서 소금 생산을 위해 갯벌을 이용한 자염생산 방식으로 변모했다. 13세기 초부터 농지확보를 위해 서해안 갯벌 일부지역에서 소규모 매립사업이 진행됐다.
일제 강점기 시기부터 기술 발달에 따라 간척사업의 규모 역시 커지기 시작했다.
현재의 ‘신안갯벌’은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어민들은 갯벌에서 자연 상태로 서식하는 다양한 수산물을 채취한다.
갯벌을 ‘갯밭’이라 부르는 이유다. 수천 년에 걸쳐 인간은 식량자원으로서 갯벌생물을 매우 적극적으로 이용해 왔다.
갯벌을 막아 만든 염전에서 생산한 천일염은 한국 음식의 출발이라 할 수 있는 장류, 젓갈, 김치 등에 꼭 필요한 재료다.
오늘날처럼 제방을 막아 염전을 만들기 전인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에도 갯벌을 이용해 만든 짠물을 가마솥에 넣어 증발시켜 소금을 만들었다.
암염이 없는 한국에서 소금을 얻는 방법은 갯벌을 이용하는 것이 유일했다.
“섬 생태관광지로 무한한 부가가치 창출”
◇인터뷰-박우량 신안군수
박우량 신안군수는 30일 “‘신안갯벌’은 자연환경과 전원풍경, 지역 공동체 문화, 지역 특유의 수공예품, 문화유적 등 다양한 차원에서 만족감과 쾌적성을 주는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우량 군수는 “세계적으로 희귀하며 최고 수준인 ‘신안갯벌’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고 보전본부가 들어설 것으로 확정됨에 따라 보호, 관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사명이다”며 “지역주민과 지자체, 관련기관, 연구자, NGO 등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이 상호 유기적인 소통을 통한 협업을 강화할 때다”고 주장했다.
박 군수는 “우리 갯벌의 미래가치를 드높이고 섬 생태관광 중심지로 무한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주민들과 함께 하겠다”며 “벌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신안군민에게 큰 자긍심을 심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