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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생존권은 보장해야 한다

2023. 01.17. 17:50:38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운동부는 단체장을 선출하는 선거가 끝나면 불안하다. 단체장이 바뀔 경우 운동부 해체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가 끝나자 아니나 다를까 지역 몇 개 실업팀의 해체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체육회에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맘때(선거 직후)만 되면 늘 이런다”는 말이 나왔다. 팀 해체는 쉽지만 창단은 매우 어렵다. 해체를 막아보려 체육회에서도 상황을 주시하며 설득에 나섰으나 결국 지난해 말 함평군청 레슬링팀의 해체가 결정됐다.

함평군청 레슬링팀은 재창단된 팀이다. 지난 2002년 창단됐다가 2015년 해체됐고 2019년 4년 만에 재창단됐다. 레슬링 본고장임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기 위함이었다. 함평군은 84LA올림픽에서 김원기가 금메달을 따내면서 전국에 첫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이후 88서울올림픽 금메달 김영남, 92바르셀로나 올림픽 은메달 김종신 등을 배출하며 ‘레슬링의 명문 고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함평군 실업팀 종목이 레슬링이 된 이유다.

하지만 지난해 울산 전국체전이 끝난 뒤 함평군청 레슬링팀 해체설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표면적인 이유는 성적부진이었다. 함평군청은 전국체전에서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른 전국대회 메달이 있었고 재창단된지 얼마 되지 않은 팀이었다. 전남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을 앞두고 새로운 팀을 창단해도 부족할 판에 기존 팀을 해체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었다. 내부사정이 있었다. 체육회와 레슬링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실업팀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있었는데 봉합되지 못하고 끝내 터지고 만 것이라 했다. 결정권자인 군수는 이래저래 시끄러운 일이 발생하느니 차라리 없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당시 함평군에 문의했을 때는 상황을 추슬러 해체보다는 유지하려는 듯한 분위기라고 느꼈는데 지난해 12월 끝내 해체 소식을 접하게 됐다.

팀 해체는 그렇다 치고, 과정이 문제였다. 함평군 직장팀인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6일 급작스럽게 팀 해체를 결정했다. 해체 결정이 이뤄진 12월은 전국의 모든 실업팀이 이듬해 선수단 구성을 완료한 시기다. 함평군청 레슬링팀 선수 4명은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됐다.

영암군이 운영하는 민속씨름단도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3년이라는 기간이 끝나자 씨름단 운영을 두고 계속되는 논쟁을 마무리짓기 위해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 전남도내 또 다른 실업팀도 해체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나 일단 1년이라는 기한을 준 상태다. 지방자치단체 실업팀 해체는 단체장이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 있는 시간을 줬어야 했다.

레슬링계는 함평군청 팀 해체에 술렁였다. 오는 10월 제104회 전국체전 레슬링 개최지역이 함평으로 정해지면서 불편함을 감수하고 동의한 터였는데 날벼락 같은 팀 해체 소식이 통보되자 굳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체전을 치를 수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전국체전 레슬링 경기는 함평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이전부터 함평이 레슬링 개최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숙박 문제 때문이다. 전국체전 레슬링 선수단은 2,000여명인데 함평은 이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숙박업소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레슬링은 계체를 해야 하는 종목이기에 선수들이 매우 예민한데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것은 매우 불리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레슬링협회가 함평에서 전국체전을 치르는데 동의했던 이유는 실업팀이 있는 지역에서 전국체전을 치러야 한다는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팀이 해체되고 선수 4명이 갈 곳을 잃게 되자 굳이 불편함을 감수할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다행히 갈 곳을 잃은 선수들을 구제하기 위해 현재 두 가지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선수 일부를 함평군레슬링협회 소속으로 해서 전남체육회가 지원하는 방향, 그리고 또 하나는 시·군 취업선수로 하는 것이다. 올해 책정된 함평군청 레슬링팀 예산이 살아있어서 이 예산으로 함평군이 인건비를 지원해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긍정적으로 잘 해결되길 바랄 뿐이다.

한 체육계 인사는 팀 해체설은 선거 때마다 실업팀이 있는 지역에서 나오는 이야기라며 체육인들이 정치적으로 행동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선된 단체장과 선거 캠프에서는 상대편에 선 사람들을 곱게 보지 않을 것이 뻔하고, 결국은 관련된 팀 해체를 거론하게 된다고 했다.

이런 힘겨루기의 대가를 선수들이 치러서는 안 된다. 선수들이 이적할 시간을 주지도 않고 일방해체를 통보해서야 되겠는가. 선수들의 생존권은 보장해야 한다.


/최진화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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