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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세평>개인화 시대의 가족

2023. 03.20. 16:11:37

<화요세평>개인화 시대의 가족
김명화 교육학 박사·작가


간이역에서 국수를 먹었다. 혼자인 몸이라 창가를 바라보는 의자를 선택했다. 주인장은 맑은 육수에 계란, 애호박 고명까지 올려 주었다. 국수를 먹다가 주변을 살펴보니 홀로 점심을 해결하는 사람이 많다. 개인화 사회로 변하면서 익숙해지는 풍경이다.

광산구에 사는 지인이 한숨을 길게 몰아쉬며 전화를 했다. 딸아이가 독립을 선언했다는 것이다. 서울로 학교 가는 것도 아니란다. 같은 도시에 살면서 이제는 혼자서 살아보겠다고 다짐을 했다는 것이다. 딸아이와 오랫동안 논쟁을 벌였다고 한다. 지인은 안되는 이유 10가지를 말했다. 딸 아이는 되는 이유를 20개를 내놓았다고 한다. 결국, 딸 아이의 의견을 수용해 먹을 마른반찬과 김치를 준비해주면서 별생각이 다 들어 하던 일을 던져 놓고 전화를 한다며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비혼족 증가 다양한 삶 무늬

나노사회가 되면서 가족이라는 범주가 다양화되었다. 인간은 개인화된 사회에 살아가고 있다.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 가장 변화되고 핵심화된 것은 가족의 급격한 변화이다. 가족의 변화는 가족 규모의 축소, 1인 가구의 증가, 비혼과 만혼의 확대, 출산율의 지속적 저하가 가장 중요한 문제로 부각하였다. 결혼하지 않는 비혼족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삶의 무늬가 등장하였다. 혼술, 혼밥이라는 단어와 함께 결혼 안 할테니 축의금을 돌려달라는 요구가 있는 기사가 떠올랐으며, 친구들 사이에 결혼하지 않는 친구에게 비혼 위로금을 챙겨주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등장하였다. 또한, 1인 가족 인구가 많아지면서 소비시장도 달라지고 있으며 반려동물, 반려식물, 반려돌까지 가족으로 부상하였다.

P의 가족은 해체되었다. 각자의 일터에 흩어져 살아가고 있다. 딸은 서울에, 아들은 부산에, 남편은 전남에, 광주 본가에 홀로 집을 지키고 있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적적하고 외로워 반려식물을 키우기 시작했다. 작년에 집으로 들여온 올리브 나무를 정성을 다해서 키우고 있다. 지중해 나무인 올리브는 바람, 햇살의 양을 잘 조절해야 하며 작은 잎에 정성을 들이다 보면 시간이 잘 간다고 한다.

평균 실종이 된 사회에 가족의 범위는 함께 공존한다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 하겠다. 황정미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의 ‘개인화 시대의 가족 변화의 연구’에서 ‘한국 가족의 변화를 전망하고 향후 정책 과제를 논의할 때 가족 위기론의 편향성을 극복하고 다가올 미래의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면을 폭넓게 이해하는 균형 잡힌 태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 하다고 하였다. 이러한 이유는 한국인들의 삶의 인식과 태도가 많은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는 가족의 범주가 달라졌으며, 결혼도 필수가 아니며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도 선택 사항이며, 또한, 결혼하지 않고 동거 관계, 혼인, 혈연이 아니더라도 생계를 함께 하는 가족이라면 가족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법적인 가족의 관계를 넘어 현실적인 가족의 관계를 수용하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개인화 시대에 가족은 전통적 지배와 부양의 형태를 벗어나 현대 사회의 새로운 책무와 통제가 필요’ 하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 체계로 인한 결핍이 개인적 선택의 결과 또는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발현될 수밖에 없는 사회 전환의 시기가 온 것이다.

개인 책무 늘어나는 일상

오랜만에 만난 P가 저녁이 되자 집에 일찍 가야 한다고 한다. 챙겨야 할 가족이 없는데 왜? 라는 질문에 강아지 밥 챙겨주고 산책도 함께 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가족이 없으면 해결해야 할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하지만 또 다른 일상의 삶에서 발생하는 모순과 결핍을 개인이 해결하면서 헤쳐나가는 삶의 과정은 연속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개인화 시대에 가족은 이제 삶의 책무는 가족 공동체를 벗어나 자신이 삶의 책무와 의무를 다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는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존중하며 가족을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선택, 결정, 감당해야 할 개인적 과업들은 늘어날 것이다. 이제 가족은 사회적 제도와 균형을 잡으면서 개인화된 일상을 만들어 갈 때 삶은 더욱더 역동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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