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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세평> 다산 정약용의 기쁨과 아픔

2023. 05.09. 09:16:09

<화요세평> 다산 정약용의 기쁨과 아픔
권훈 미래아동치과의원·대한치과의사학회 부회장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밀리언 셀러를 넘어 고전의 범주에 포함될 만큼 손색이 없다. 또한 국내 여행을 갈 때 읽고 가면 참 유익하고, 여행 가이드의 역할도 톡톡히 한다. 그가 책 서문에 언급한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는 문장은 필자도 강진 다산초당과 해남 녹우당을 방문했을 때 생생하게 경험하였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제1장 1절은 남도 답사 일번지이고 강진과 해남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유홍준 교수는 강진을 ‘영랑의 슬픔과 다산의 아픔’이라는 소제목으로 설명하였다. 치과의사인 필자는 ‘다산의 아픔’에 특히 주목하게 되었고, 특히 다산이 치통에 대한 생각을 칼럼 말미에 소개하고자 한다.

치통 고생 후 ‘노인일쾌사’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아픔이라 하면 강진으로 유배를 온 것과 그 기간이 무려 18년 이었기에 학자로서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을 많이 잃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강진 다산초당에 머물면서 외가인 해남 윤씨 가문의 도움으로 1000여권의 장서를 탐독하면서 무려 500여권의 저서를 남겼다. 그중에 목민심서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필독하는 책이다. 따라서 정약용은 강진에서 유배로 인한 아픔도 있었지만 기쁨도 적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그는 백운동 별서에서 초의선사, 추사 김정희와 함께 녹차를 마시면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약용에게는 멀리서 찾아오는 벗이 두 명이나 있었으니 이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다산초당에서 백련사까지 가는 1km의 산길은 최고의 트레킹 코스다. 귀향살이 중인 다산에게는 1시간 정도 걸어서 허물 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백련사 주지인 친구 혜장(1772~1811)도 있었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는 법이다. 정약용은 공직자 및 실학자로서 큰 업적을 남겼지만 치과 환자로서는 수많은 나날을 치통으로 고생을 하셨던 것 같다. 그는 1883년 71세의 나이에 노인의 유쾌한 일 6가지를 주제로 시를 썼는데, 두 번째 연은 ‘이가 다 빠져 치통이 없는 즐거움’이라는 내용이다. 200년도 훨씬 넘은 다산의 치통이 구구절절 필자에게 전달되고 있는 것 같다. 정약용은 의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서적 수십 종을 참고하여 홍역 처방법을 제시하는 의서 마과회통을 편찬하였지만 치과 질환(풍치)에는 별다른 대책을 찾지 못하였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19세기에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치통에 속수무책이었다는 점이다.

영화 ‘백 투더 퓨처’에 나왔던 타임머신 자동차를 타고 가서 19세기 초 강진으로 유배된 40세의 다산 정약용을 만날 수 있다면 ‘치간칫솔’을 꼭 선물하고 싶다. 식후마다 이것을 사용하셨다면 노인일쾌사의 두 번째 연은 내용이 이렇게 바뀌었을 것이다. 늙은이의 한 가지 유쾌한 일이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것이다.

‘씹고 뜯고 맛보는 즐거움’

노인일쾌사 (늙은이의 한 가지 유쾌한 일이란)/치활억기차 (치아 없는 게 또한 그 다음 일이어라)/반락성가고 (절반만 빠진다면 참으로 고통스럽고)/전공내득의 (완전히 없어야 마음이 편안하리라)/방기동요시 (한창 움직여 흔들릴 때에는)/산통극망자 (가시로 찌른 듯 매우 시고 아파라)/침구의무령 (침 놓고 뜸질해도 효험은 전혀 없고)/찬착시출루 (쑤시다가는 때로 눈물이 났었어라)/여금백불우 (이제는 걱정거리 전혀 없어)/온첩종소수 (밤새도록 잠을 편안히 자노라)/단거경여골 (다만 가시와 뼈만 없애면)/어육무유기 (어육도 꺼릴 것 없이 잘 먹는다)/불유탄세섭 (잘게 썬 것을 삼킬 뿐 아니라)/겸능흡대자 (큰 고깃점도 능란히 삼킬 수 있어라)/량악구이견 (위아래 잇몸 이미 굳은 지 오래라)/파능절유니 (제법 고기를 부드럽게 끊을 수 있어라)/불이무치고 (그래서 치아가 없다고)/초연절소기 (슬피 먹고픈 것을 끊지는 않는다)/산뢰내량동 (다만 턱이 위아래로 크게 움직여)/합합차가괴 (씹는 모양이 약간 부끄러울 뿐이로다)/자금인병명 (이제부터는 사람의 질병 이름)/불만사백사 (사백 네 가지가 못 되리라)/쾌재의서중 (유쾌하여라, 의학도서 중에서)/구거치통자 (치통이란 글자는 빼 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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