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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광장>풍암호수공원 수질 개선 논쟁 관련 네 가지 의문점

2023. 06.21. 15:27:11

<전매광장>풍암호수공원 수질 개선 논쟁 관련 네 가지 의문점
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


지난주 토요일(6·17) 석양에 풍암호수공원 주변을 걸었다. 북구에 살지만 여러 차례 걸었던 산책길이다. 무등산이 동구에 있다고 해서 동구 주민만의 산이 아니듯이, 또 사라져버린 경양호에 대한 아쉬움이 북구 주민만의 아쉬움이 아니듯이, 풍암호수는 서구 주민만의 호수가 아니다. 이것이 내가 풍암호수공원 논쟁에 관심을 두는 이유이다.

현재 풍암호수공원 수질 개선 방식을 놓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광주시는 수질 개선을 위해 수심을 현재 2.8m(최고 수심 4.2m)에서 1.5m(최고 수심 2.5m)로 낮추고 산책로를 4m에서 8m로 넓히는 수질 개선 전담팀(TF) 안을 수용하려 한다. 반면 풍암호수를 즐겨 찾는 서구 주민들은 원형 보존을 원칙으로 하는 수질개선안을 요구한다. 지난 3월 강기정 시장은 서구 주민대책위 대표들을 만나 원형보존안을 받아들일 듯했다. 그런데 최근 강 시장이 이를 번복하는 발언을 했고 이를 계기로 논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이해가 힘든 광주시·서구의원

환경문제에 대해 비전문가인 필자가 어떤 쪽의 주장이 더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평범한 시민의 관점에서도 광주시가 선호하는 TF 안에 대해서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또 이 문제에 접근하는 광주시와 서구 의회 의원들의 자세에도 얼른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말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산책로를 4m에서 8m로 넓히는 TF 안의 비합리성이다. 산책로를 걸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현재 4m 폭의 산책로는 사람들이 양쪽에서 마주 보고 걸어도 전혀 좁지 않다. 왜 귀한 돈을 들여서 산책로를 넓히고 호수 면적을 줄이려고(12만 제곱미터→10만 제곱미터) 하는가? 풍암호수는 광주지역에서는 가장 큰 호수지만 다른 도시의 호수와 비교할 때 그렇게 큰 호수가 아니다. 150만 인구를 가진 대도시가 이 정도 규모의 호수 하나를 유지할 능력도 없다는 것인가?

둘째, 악취와 녹조 문제에 대한 주객 전도식 논쟁이다. 호수에서 악취가 나고 녹조가 많다면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할 측은 호수를 자주 찾는 주민들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 논쟁은 거꾸로이다. 광주시는 악취와 녹조 제거를 위한 명분으로 호수원형을 변형시키려 하고, 주민들은 원형을 유지한 가운데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며칠 전 한낮 온도가 34도였던 날 호수 주변을 돌았는데 녹조만 눈에 띌 뿐 악취는 없었다. 사업자 측과 광주시가 자기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 악취와 녹조 문제를 침소봉대하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셋째, 강기정 시장의 약속 번복문제이다. 풍암호수공원 축소문제가 뜨거운 논쟁거리로 부상한 것은 지난해 가을부터였다. 강 시장이 주민대책위 대표들을 만났던 올해 3월이면 광주시가 풍암호수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충분히 고민할 시간을 가졌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강 시장은 3월에는 주민들의 원형 보존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말했고, 6월에는 원형 보존이 어렵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당연히 강 시장이 약속을 위반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정치 지도자의 언어는 결코 ‘아니면 말고’ 식이어서는 안 된다. 강 시장의 약속 번복문제는 단순히 풍암호수 하나의 사안으로 끝나지 않고 강 시장의 언어에 대한 근본적 불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시민 전체 입장서 다룰 문제

넷째, 서구 의회 의원들을 통해 본 광주 풀뿌리 민주주의의 민낯이다. 보도에 따르면 서구 의회 김옥수 의원(무소속)은 ‘풍암호수 원형 보존 약속이행 촉구 결의안’을 제출하려 했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 의원 모두가 외면하여 상정에 필요한 전체 의원 10분의 2 이상 동의(13명 의원 중 3명)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한다. 정치인은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서는 별짓도 다 한다는 직업군이다. 그런데 광주에서는 지방의회 의원이 주민 다수의 뜻을 받드는 사안에 대해서마저 당내 윗선의 눈치를 보며 망설인다. 이번 사안은 유권자나 국민보다 당내 상전들을 더 우위에 두는 민주당 정치인들의 진면목과 후진적인 풀뿌리 민주주의의 민낯을 잘 드러내 주고 있다.

민주주의는 결과만 중요한 게 아니라 과정도 중요하다. 결론을 내리는 데 있어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중시해야겠지만, 그 결론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에서 광주시와 서구 의회를 비롯한 광주지역 민주당 정치인들이 보인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풍암호수 공원 수질 개선 방안을 둘러싼 논의는 서구 주민의 범주를 넘어서 광주 시민 전체 차원에서 다루어질 필요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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