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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광장>비엔날레가 던진 질문들

2023. 07.12. 16:30:44

<전매광장>비엔날레가 던진 질문들
곽규호 광주문화재단 경영혁신본부장

열네번째 광주비엔날레가 지난 9일 막을 내렸습니다. 저에게 광주비엔날레는 많은 이야기와 기억이 가득 담긴 이야기 상자 같은 존재입니다. 1995년 창립 때부터 문화부 기자로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현장을 이곳저곳 쫓아다니던 기억, 하루종일 비엔날레 전시관에서부터 박물관, 미술관, 문예회관을 걸어서 오가며 신발에 수북이 쌓였던 먼지, 수많은 외국 작가들과 큐레이터들, 물론 멋진 작품들까지 모두 좋은 기억으로 남아 매회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인연이 있습니다.

올해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는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였지요. 이숙경 예술감독은 “전환과 회복의 가능성을 가진 물을 하나의 은유이자 원동력, 혹은 방법론으로 삼고, 이를 통해 우리가 사는 지구를 저항과 공존, 연대와 돌봄의 장소로 상상해 볼 것을 제안한다”고 재단 홈페이지에 친절하게 밝힌 바 있습니다. 지구의 문제, 차별과 억압, 저항과 연대, 여성, 원주민과 식민지, 제국주의, 돌봄 등의 단어가 전시에 숨어있습니다.

방대한 작품 대하는 태도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면 맨 처음 관람객을 맞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작가 불레베즈웨 시와니의 작품에서부터 물이 등장합니다. 이 주술적 느낌이 강했던 캄캄한 방(제1전시실)에서 시작해 마지막 5전시실까지 총 4번을 관람했지만 아직까지 모든 작품을 다 감상했다고 할 수는 없을 만큼 비엔날레는 방대합니다. 5번 정도는 관람했어야 할까요. 저는 다만 작가들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작품을 대해봅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저의 감상 방식에 전환이 일어나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늦은 밤까지 광주의 비교적 무게 있는 중진 작가와 여러 이야기를 하던 와중에 그가 이런 말을 합니다.

“이보게 친구. 예술가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야.” 사실 기자 시절 만난 많은 예술가들에게 자신의 작품 설명을 부탁하면 참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냥 느끼는 대로 글 써 주세요.” “저는 그렸을 뿐, 사람마다 느낌이 다를 수 있어요.” 이런 작가들의 대답에 답답하고 막막해진 적이 여러 번입니다. 그런데 현장을 떠난 지 십수 년이 지나서야 작은 하나의 깨달음을 만난 것입니다. ‘작가는, 예술가는 질문하는 사람’이라는 것, 예술가들은 세상에 궁금한 것투성이고, 그래서 묻고 싶고 그것을 표현하고자 하는 이들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이번 광주비엔날레를 다시 감상해보실까요. 이 작가들은 세상에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던 것일까요. 예술감독은 또 어떤 질문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예를 들면 엄정순작가의 ‘코 없는 코끼리’란 작품은 “시각 장애인이 그리는 그림이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어떻게 가능할까. 이들에게 어떻게 그림을 그리게 할 수 있을까”하는 질문이 작가 내면에서부터 있었던 것 아닐까요. 전문가의 평에 따르면 작가는 “독일 뮌헨 미술대학원을 졸업하고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가지고 시각장애 학생들의 미술교육 등을 하는 ‘우리들의 눈’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있다”고 가르쳐 줍니다. 역시나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질문을 던지셨군요.

곰곰이 다시 따져보니 그동안 인문학과 예술의 정신에 대해 여러 글을 쓰면서 저도 비슷한 내용을 담아왔던 것을 확인합니다. 예술가는 화난 사람이란 표현도 있습니다. 항상 불합리하고 차별적이고 억압적인 어떤 것에 민감하고 그것에 화가 나서 예술로 표현한다는 것이지요. 이번 광주비엔날레 중에서도 강렬한 표현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 작품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강렬한 표현을 사용했을까”하는 질문이 그 작품을 만나는 관객들에게 필요했던 것이지요.

‘작가들 질문은 무엇인가’

질문이 세상을 바꾼다고 합니다. 질문을 통해 창의성, 설득력, 사고력이 길러진다고 합니다. 미래를 바꾸려면 질문을 바꾸라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질문 하나로 매출액을 높였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14회 광주비엔날레는 막을 내렸지만 올해 9개국이 참여한 국가관의 파빌리온 전시는 계속됩니다. 지금이라도 전시장으로 가서 작가들의 질문을 찾아내 볼까요. 아니면 다시 작가들에게 질문을 던져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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