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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광장>평온한 일상을 누릴 권리

2023. 07.26. 16:39:35

<전매광장>평온한 일상을 누릴 권리
박문옥 전남도의원(안전건설소방위원회)

요 며칠 휴대전화에서 쉴 새 없이 울어댄 ‘긴급재난문자’가 잠시 잠잠하다. 지난 7월 한 달간 밤만 되면 퍼붓던 무서운 폭우는 ‘호우경보’나 ‘집중호우’라는 단어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했던지, 기상청은 ‘극한호우’라는 단어까지 만들어냈다. 일반적으로 ‘매우 강한 비’라고 했을 때의 기준이 시간당 30mm인데, ‘극한호우’는 이것의 2배가 넘는 비를 가리킨다. 실제 지난 11일 기상청은 수도권 일부 지역에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기도 했다 하니 기후이변의 일상화를 체감하지 않을 수 없다.

폭염과 산불, 태풍으로 인해 피해도 상당하지만 최근 몇 년간 많은 사상자를 낸 자연재해 유형을 살펴보면 국지성 폭우와 하천범람, 또 그로 인한 제방 유실 및 침수사고 등 수해로 인한 피해가 압도적이다. 이러한 자연재해로 인해 대한민국을 가장 큰 충격에 빠뜨린 사고는 충북 청주의 오송 지하차도 참사라 할 것이다. 폭우로 인한 제방유실로 인해 24명의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고,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홍수경보에서 사고 발생까지 4시간이 넘는 골든타임이 있었음에도 그 어떤 곳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완비한 재난대응공조시스템은 국가와 지자체의 허술한 운용으로 무용지물이 되었고, 각 구성원이 자기 역할만 충실히 수행했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이기에 인재(人災)가 분명하다.

폭우 참사 책임 떠넘기기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가는 순간 국가는, 지자체는 어디에 있었고, 무엇을 하였는가? 지자체와 소속기관에 책임을 떠넘기는 중앙정부의 발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통한 책임자 처벌, 자극적 내용을 가미한 언론의 보도내용을 보면서 과연 국민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공무원이 자신의 역할을 방기하거나 이에 따른 중과실로 인해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명확한 책임을 묻는 건 당연하다. 지시와 매뉴얼조차 제대로 따르지 않거나 무사안일식 대응으로 인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게 된다면 어떻게 공복이라 칭하고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

지난해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압사사고, 또 7명의 희생자를 낸 포항 지하주차장 침수 사고 등, 사회재난 또는 자연재난을 통해 발생하는 각종 참사들을 보면서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길 빌고 다짐하지만 현실은 항상 제자리이다. 연일 이어지는 언론보도를 보며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분노는 어느 새 사라지고 우리는 다시 일상에 안주한다.

정치권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현장을 찾아 재발방지책을 쏟아내지만 같은 유형의 사고는 또 반복되고, 정치적 도리와 책임은 외면하고 실무자와 책임자만을 찾아 모든 죄를 묻는 현실을 다시 마주하면서, 이제는 회의감만이 들 뿐이다. 그 어떤 작은 변화도 없었고, 어쩌면 현재 숨을 쉬며 살아 있는 우리는 단지 그 자리에 없었던 운이 좋은 사람들일 뿐이다.

가족을 잃고 오열하는 유족을 위로하며, 또 참사 희생자의 죽음을 헛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남은 자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많은 재난과 재해를 겪으며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를 충실히 준비해 왔다. 하지만 재난 극복을 위해 아무리 좋은 인프라와 인력을 갖춘다 하더라도, 구성원의 무책임과 소극적 대응은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을 지난 참사들을 통해 배워야 할 것이다. 공직자는 자신의 맡은 소임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고 무한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임해야 하며, 상황에 따른 일련의 과정이 매뉴얼과 시스템을 충실히 따르도록 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기관별로 분산되어있는 재난 대응 인프라는 금번 참사에서도 그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소통과 협력을 통해 실효적 성과를 만들어 내도록 유기적 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

생명·재산 보호하는 사회

마지막으로 정치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지난 25일 헌법재판소는 행정안전부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을 기각하였다. 헌법상 의무 위반이 없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이해하지만,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의 감정은 존중되어야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정치적 책임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고 예의라 하겠다. 이태원 참사와 금번 지하차도 참사를 보며 어느 누구 하나 책임지는 고위 정치관료는 없고, 법적 책임만을 운운한다면 과연 정치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도리를 다하고 있는 것인가?

기상이변으로 인한 자연재해는 이제 당면한 현실이다. 불가항력적 자연의 힘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부주의와 중과실에 의한 희생은 멈춰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보호받고, 평온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가 보장받는 사회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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