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세평>공부 잘하는 법
한정훈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기획금융팀장님


얼마 전 광주 시내 모 대학에 경제교육 강의를 하러 갔다가, 화창한 날씨에 강의실에 앉아 중앙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을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기분전환을 해주고자 개인적인 공부 잘하는 노하우를 대학생들에게 몇 가지 소개했다가 조용했던 강의실 분위기가 바뀌며 큰 호응을 받은 경험이 있다. 누구에게나 공부는 재미가 없지만, 막상 또 공부를 잘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공부의 중요성이 전보다 줄어든 것은 사실이어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과거에는 노래나 춤과 같은 재능으로 성공하는 BTS나 K팝, 댄스 오디션 등이나 유럽에서 천문학적인 몸값을 받는 축구 등 스포츠 스타도 드물었고, 박세리와 박찬호의 성공 신화 등 이전에는 행복이 성적순인 듯했다. 그런데 드디어 시대가 바뀌어 공부를 못해도 더 크게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하였다.

평생 끝이 없는 다양한 공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능과 운동에 그 정도의 천재적 재능은 없는 대다수의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인생에서 공부가 중요한 것도 현실이다. 다행인 것은 공부에서는 예체능에서처럼 최정상까지 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상위권 성적을 받으면 인정받는 대학과 안정적인 직장을 바라볼 수 있다. 다만 공부가 하기 싫고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되는 현상은, 어린시절 철이 들기 전부터 무조건적으로 강요받았던 경험이 크게 작용하는 듯 하다. 학창시절 어렵게 마음 다잡고 막상 공부 시작하려는데 ‘공부해라’ 하시는 부모님의 말씀처럼 싫은 게 없지 않은가.

더욱 슬픈 일은 대학에 입학해도, 회사에 들어가도, 심지어 은퇴할 때도 평생 공부는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학에서 학점을 위해 공부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회사에 들어가서도 상시 바뀌는 관계 법령과 제도, 새롭게 바뀌는 업계 환경과 노하우를 지속적으로 배워야 하고, 부서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공부가 필수적이다. 직장인들은 그래서 진작 이렇게 공부했으면 서울대 갔겠다는 생각을 한 번씩은 해보게 되고,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은퇴할 때까지 연금과 각종 세제, 부동산 등을 알고 급변하는 세상에서 뒤처지지 않는 법을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설계하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것인가. 누구나 똑같이 주어진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천차만별이므로 우선 시간 활용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공부하려고 자리에 앉아있는 시간 동안은 절대 딴짓은 금물이며 핸드폰을 확인하거나 갑자기 지갑이나 수첩을 정리하고픈 욕구도 모두 버려야 한다. 혹시 정말로 집중이 어렵다면 차라리 잠시 자리에서 벗어났다가 심기일전하여 돌아와서 다시 집중하는 것이, 의미 없이 앉아서 딴짓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

또한 여러 과목이 필요한 시험을 준비한다면 책 한 권 또는 한 과목을 온종일 보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사람에게는 심리적인 포만감이 있어서 어느 정도 이후에는 무의식적으로 더 이상 받아들이는 데 한계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과목을 바꿔가며 순차적으로 다른 뇌부분을 자극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새로운 내용 즐기는 마음가짐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공부를 싫어하지 않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예체능에 재능이 없는 것처럼 머리도 좋지 않았던 필자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AICPA, CFA, FRM, 부동산 공인중개사, 증권분석사, 운용전문인력 등 10여개의 국내외 자격증 시험에 학원 등의 도움 없이 혼자 교재 몇 달 보는 것만으로, 순차적으로 모두 한 번에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공부 자체를 싫어하지 않게 된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되었던 듯하다.

억지로 하는 사람이 즐기는 사람을 이기기 어렵듯이 공부에 대한 인식을 먼저 전환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시험결과가 인생을 좌우한다는 부담감과 압박감을 이겨내고, 공부 자체가 싫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알게 해주는 즐길 수 있는 과정이 된다는 개념으로 다가가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우리 모두는 행복하고 싶은데, 행복은 가끔은 성적순일 수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