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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법은 농민이 원하는대로
문병완
전국농협RPC협의회 회장·보성농협 조합장

2023. 12.04. 17:03:57

‘치본어농(治本於農)’. 정치는 농사를 근본으로 한다는 뜻이다.

한 사람의 농민으로서 지금 정치권 상황을 들여다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농촌에 매년 8,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는 법안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의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은 도농 격차 해소를 위해 도시지역 농협과 농협중앙회 계열사가 출연한 기금으로 경영난에 처한 농촌지역 농협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국회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수개월째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실정이다. 농협법 개정안에 현직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가능하게 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국가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농업과 소멸 위기에 처한 농촌을 위해 우선시해야 할 것이 무엇이냐고 말이다. 수도권과 대도시에 인프라가 치중돼 도시와 농촌이 극심한 불균형을 겪은 지는 오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다양한 해결책을 내놓았음에도 도농 격차는 갈수록 심화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보다 무려 3,200만원이 적었고, 영농활동으로 벌어들인 농업소득의 경우 1,0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암울한 농업 현실에서 농협법 개정안은 메마른 땅에 내리는 단비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매년 8,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다면 농업 현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다양한 사업들이 추진되고, 농업인들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농협 설립 목적에도 부합한다. 농협은 농민들의 자주적인 협동조합을 통해 경제·사회·문화적 지위를 향상하고, 농업 경쟁력을 강화해 농업인 삶의 질을 높이며,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꾀하기 위해 조직된 단체다. 200만 농민들의 구슬땀으로 성장한 농협이 본래의 정신을 살려 농업인 실익 증진과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길인 것이다.

여러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고향사랑기부제’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이는 도시 등으로 이주한 기부자가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을 살리는 데 함께할 수 있는 제도다. 농협법 개정안 역시 도시에서 벌어들인 돈을 농촌에 투입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나가자는 취지다. 정부기관이 세금을 들여 지원하는 것이 아닌, 농협 자체적인 재원을 활용해 균형 발전을 이룬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은 농민들에게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다. 정치권이 이번 법안의 곁가지에 불과한 농협중앙회장 연임에 초점을 맞춰 정쟁을 벌이는 통에, 언론도 핵심적인 내용을 등한시하고 연임과 관련된 논쟁에만 관심을 쏟고 있는 탓이다. 농업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현직 중앙회장 개인의 문제로 국한돼 본래의 취지가 크게 훼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대로라면 내년 21대 국회 종료에 따라 법안이 자동 폐기될 판국이니, 답답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무릇 정치인은 자신의 사익과 정당의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의 삶을 이롭게 하는 것을 최우선순위로 두어야 한다. 농어촌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주를 이루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통과시킨 법안을 도시지역에 기반을 둔 몇몇 법사위 의원들이 계속해서 반대하는 것은 고질적인 농촌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고까지 보여진다.

농업은 곧 나라의 뿌리다. 국민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업인들이 더 나은 내일을 그릴 수 있도록 국회는 정당의 유불리에 따른 소모적인 논쟁을 멈추고, 대승적 차원의 결단을 내리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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