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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서사부터 인간의 내밀함 기록
임남진 ‘Still Life 연서'
청년기부터 현재까지 작품세세계 조명

2024. 02.26. 18:36:49

still life_연서

지천명. 천명이란, 우주만물을 지배하는 하늘의 명령이나 원리, 또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를 가리키는 유교의 정치사상을 말한다. 마흔까지는 주관적 세계에 머물렀으나, 50세가 되면서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세계인 성인의 경지로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올해로 ‘지천명’이 된 임남진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강진아트홀에서 진행하는 ‘Still Life 연서戀書 _ 임남진의 위로, 슬픔을 조각내기’다. 임 작가는 시대의 서사에서부터 자연과 인간의 내밀한 서사까지 그림으로 짙은 감동을 안겨줬다. 이번 초대전은 임 작가의 청년기 작품부터 현재까지 작품의 변천과정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1990년대에서부터 2000년대, 현재까지 한 작가의 작품이지만, 그간 변화해 온 한국미술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는 전시이기도 하다.

청년기 임남진 작가의 작품세계를 줄곧 상징해 온 것은 불화 감로탱화 형식의 풍속도였다. 이 형식을 빌려 시대상을 투영해 그린 것이다. 광주에서 나고 자란 임 작가는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시간을 겪으며 민중미술, 현실참여미술운동에 함께해 왔다. 시대의 굵직한 서사는 그의 그림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1993년 처음으로 불화를 만난 뒤 감로탱화는 현실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큰 줄기가 됐다. ‘떠도는 넋을 위하여’(2000), ‘장막도’(2014) 등의 그림들은 민주화 운동, 세월호 사건 등으로 억울하게 죽은 넋들과 이름 모르게 희생당한 수만은 영혼들을 구원하고, 살아남은 자들의 회복될 수 없는 상실의 고통을 위로했다. ‘타자의 슬픔에 대한 위로와 시대의 비극에 대한 제례’(박현화 전시글 중)라고도 볼 수 있는 그림들은 이후 작가가 살아가는 현실의 일상을 반영한 풍속도까지 줄곧 이어졌다. 2007년 첫 개인전에서 발표됐던 ‘황연’, ‘풍속도’, ‘Bella Luna’ 등은 시대의 이야기와 더불어 자신의 내면, 아귀로 대변되는 자화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그림 안에 시대와 자아를 투영했다.

작가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준 전시는 2018년 ‘Still Life_BLUE’(스틸라이프_블루)다. 2014년 광주시립미술관 북경레지던시 이후 줄곧 이어졌던 작품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전시로 추상화로 변화되는 징후를 강하게 보여줬다. 불화를 빌려 시대의 자화상을, 시대의 서사를 강력하게 이야기하던 것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자신의 내면으로 천착해 더 깊고 넓어진 시선으로 인간과 자연의 근원적 서사에 몰입했다. 달빛이 은은하게 번지고 있는 하늘, 하늘을 분할하고 있는 지붕이나 벽, 기둥과 같은 건축적 요소, 종이를 접은 쪽지의 형상 등이 등장하며 화면은 더욱 추상화됐고 단순한 색면의 조화를 이뤘다. 이처럼 스틸라이프 시리즈는 작품‘적요’, ‘연서’로 시대의 서사에서 삶의 근원적 서사로 시선은 깊고 넓게 확장돼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무안군오승우미술관 박현화 관장은 전시글에서 “억울하게 죽은 넋에 대한 애도와 구원, 동시대 사회의 현실을 기록하는 풍속화, 조각난 풍경과 정물, 그리고 불화의 깊은 색조를 풀어낸 색면 추상을 그리고 있는 임남진의 회화세계를 관통하고 있는 것은 타인이 겪고 있는 상실의 고통과 이를 지켜보는 자아 내면의 깊은 슬픔이라고 할 수 있다”며 “임남진의 불화세계와 추상적인 색조 사이를 잇는 다리는 세상의 모든 상실의 고통과 슬픔에 대한 위로다. 슬픔을 조각내는 임남진의 위로가 시대를 넘어 타자를 위로하고 고통을 견디게 만들어 생멸을 반복하는 우주가 그리고 우리가 몸담고 있는 세상이 유지될 수 있는 항상성의 비밀을 제시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임 작가는 “불화 형식(감로탱화)을 차용해 주변 삶 속에서 일어나는 군상들을 그리며 인간세계의 부조리한 삶과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갈망했고, ‘그 시절’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과 인간, 삶을 묻고 알고 싶었다”며 “감로탱화를 시작으로 스틸라이프 시리즈를 발표하며, 잡다한 욕망이 낳은 괴로움들과 삶의 근원을 되묻는 심미적인 것들 사이의 간극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지난했던 나의 흔적들이 포착된 사물의 현상과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푸른 힘’으로 비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임 작가는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으며 2008년 광주비엔날레 본전시 참여작가, 2023년 국립현대미술관 협력사업 ‘공립미술관 추천작가-전문가 매칭 지원’(이강하미술관)에 선정된 바 있다. 지난 2022년 헤럴드 아트데이(수원) 기획초대전, ‘인간의 조건’ (담양해동문화예술촌 기획전) 전 등 국내외 주요 전시에 200여 회 참여했으며 제19회 광주미술상, 2012 하정웅미술상, 2001년 신세계미술제 장려상 등을 받았다. 이외에도 광주시립미술관 운영자문위원 등을 역임, 현재는 작품에 더욱 매진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남도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중흥 건설, 직지사 성보박물관, 5·18 민주화운동기록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전시는 3월 14일까지 열리며 관람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작가와의 대화는 3월 9일 오후 2시 무안군오승우미술관 박현화 관장의 진행으로 열린다.

/이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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