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잉깔라’는 전라도 사투리에서 사용되는 표현으로 ‘짓이겨버리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무언가를 강하게 밀어붙이거나 이기다, 이겨내다는 의미로 기존의 작업들을 짓이겨 버리고 다양한 장르와 매체를 활용해 창의적인 작품을 선보이며 예술의 경계를 넘어서는 실험적인 시도를 해보자라는 취지에서 결성됐다. 참여작가들은 30대 청년부터 60대 중·장년까지 다양하다.
잉깔라 그룹 결성은 조근호 작가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미술인들이 세대끼리 뭉치는 것이 아쉬웠어요. 중견은 중견끼리 청년은 청년끼리 모이는 경우가 많죠. 선배가 걸어온 길을 따라오는 후배를 이끌어주고 선배 또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후배에게 영감을 얻고 상부상조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결성하게 됐습니다.”
이번 그룹전에는 특별한 주제가 없다. 잉깔라 그룹전으로 첫 작품을 선보이는 만큼 작가 개개인을 대표할 수 있는 작품을 보여주고자 했다. 회회와 설치작품 등 4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조근호 작가는 ‘뭉치산수’ 연작 추상화를 보여준다. 여러 가지 파편과 크고 작은 뭉치들이 모여 하나의 산의 형상을 만들고 바다를 이룬다. 뭉치에서 주는 흥미로운 상상력을 자유롭게 펼쳐 탄생한 뭉치산수 연작은 보는 이들에게 친근감을 준다.
바닥에 앉아 있는 새, 숲의 풍경 녹음이 진 나무가 담긴 캔버스. 노은영 작가의 작품이다. 노작가의 작품을 보면, 마음의 평안을 주는 것 같다. 처음 봤을 땐 단순한 자연 풍경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작품엔 삶이 담겼다. 노 작가는 자연 속 도시에서 살아가는 생명체의 삶의 시선을 담아냈다. 자연 속에 살아가는 사람도, 흔히 보이는 참새와 비둘기 또한 열심히 삶을 살아가는 생명체다.
김상연 작가는 흑백 회화 작업과 나무로 만든 부조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김 작가 작품에는 ‘화합’이 담겨있다. 여러 갈래의 이념과 경쟁, 서로 다름을 비방하는 사회 속에서 다름을 인정하고 더불어 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러한 메시지는 소와 말의 형상을 합쳐 만든 설치작품 ‘풀다’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작품은 수십 마리의 동물이 뛰어가기도 하고, 두세 마리만 짝을 지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긴 꼬리와 몸의 형상은 말 같은데, 소의 얼굴을 갖고 날개를 달고 있어 어디론가 날아갈 듯하다. 김 작가는 소를 농경문화와 토착민의 상징으로 봤고, 말은 유목민의 상징으로 봤다. 상충되지 않은 두 동물은 하나의 몸으로 화합해 이상을 향해 날아간다는 의미가 담겼다. 이를 통해 인간은 서로 다름을 얼마만큼 이해하고 세상을 살아가는지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전현숙 작가는 삶의 고난과 역경, 이상적인 삶에 관한 탐구 등 깊은 철학적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28일까지.
/이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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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은영 푸른잎의 날개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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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현숙 ‘그 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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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현숙 ‘그 여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