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광주비엔날레는 최근 베니스 현지에서 광주비엔날레 30주년 기념 아카이브 특별전 ‘마당-우리가 되는 곳’ 개막식을 개최하고 11월 24일까지 221일 간 세계 시민 사회에 ‘광주정신’을 알린다.
개막식에는 강기정 광주시장을 비롯해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니콜라 부리오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등이 참석했다. 세계 각국 미술계 관계자들은 ‘마당-우리가 되는 곳’ 전시를 관람하면서 광주비엔날레의 역사와 가치, 지향점을 만나고 공감했다.
전시 제목인 ‘마당’은 한국어로 ‘으뜸이 되는 공간’이라는 뜻으로 그동안 광주비엔날레가 30년 역사 동안 시각 예술을 통해 인류 사회 담론의 장이자 다양한 화두가 발화되는 장으로서 ‘마당’ 역할을 수행해 왔듯 이번 전시 또한 광주 정신을 조망하면서 광주비엔날레의 동시대적 가치를 새롭게 정립하는 데 기획 의도를 두고 있다.
전시는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섹션은 광주비엔날레 연대기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마련됐다. 역대 전시 포스터를 포함해 예술 감독과 큐레토리얼 팀, 전시 주제, 참여 작가 목록, 전시 장소를 표기한 지도 등 광주비엔날레가 그동안 구현해 온 열네 번의 전시 ‘마당’을 소개한다.
작품 다큐멘터리 ‘광주비엔날레, 30년의 시선’은 기존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했던 기획자와 작가들의 인터뷰를 담았다. 이를 통해 광주비엔날레의 발자취와 의미를 돌아보고, 나아갈 길을 논의한다.
두 번째 섹션은 광주비엔날레 소장품과 그 의미를 확장하는 세 명의 한국 여성 작가 작품을 선보인다. 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제1회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백남준의 ‘고인돌’(1995)과 크초의 ‘잊어버리기 위하여’(1995) 두 작품을 비롯해 그동안 광주비엔날레가 지향해 온 가치가 담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고인돌 거석 형태로 쌓인 TV와 장독과 같은 한국 전통 오브제가 병치돼 설치된 ‘고인돌’은 5·18 민주화운동에서 희생된 광주 공동체를 기리는 의도로 제작됐다.
크초의 ‘잊어버리기 위하여’는 쿠바에서 보트로 탈출했던 난민 공동체의 삶을 은유한다. 크초는 해외로 이주하는 사람들, 일명 ‘보트 피플’이 남기고 간 뗏목, 타이어, 낡은 배 등 쿠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물을 재료로 활용하면서 그들의 긴박하고 위험한 탈출과 위태로운 삶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했다.
광주비엔날레의 역사와 방향을 집약하는 두 작품은 다른 작품과 함께 전시되면서 그 의미가 상호작용하며 광주비엔날레의 지향점인 공동체와 연결된다. 지난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한 김실비, 김아영, 전소정 세 명의 여성 작가는 영상매체 작품을 통해 각각의 출품작들이 형성하는 의미를 현대적으로 계승하면서 재창안했다.
김실비 작가의 ‘빚지지 않는 삶’(2021)은 역사에서 누락된 소수자들에게 노래를 부여하고 빛을 비추고 있으며, 김아영 작가의 ‘다공성 계곡 2: 트릭스터 플롯’(2019)은 데이터의 이주와 난민의 이주를 병치시키면서 지구상의 이주에 대해 재조명한다.
전소정 작가의 ‘광인들의 배’(2016) 또한 이주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 시대 난민의 목록을 작성한다.
이와 함께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의 소장 유물로 광주 정신을 보여 주는 ‘양은 함지박’(Tin pot)도 전시된다. 이 유물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의 어머니들이 시민군에게 나눠 주기 위해 만든 주먹밥을 담았던 함지박으로 광주 공동체를 상징한다.
세 번째 섹션은 아카이브 섹션으로 광주비엔날레 행보를 담고 있는 소장 자료들을 선보이는 자리다. 전시 포스터, 티켓, 리플릿, VHS, CD, 전시 도면 등의 역사적 실물 자료를 비롯한 디지털화된 소장 자료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판소리, 모두의 울림’ 주제와 특징적 서사를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일종의 예고편 역할을 하는 비디오 에세이 ‘판소리로부터 배우다’도 만나 볼 수 있다.
/이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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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니스비엔날레 전시장에 설치된 백남준 ‘고인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