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옆 집 담장이 무너지는 소리에 자다가 놀라서 깼네요. 이제 장마 시작인데 더 큰 피해가 있지 않을지 불안합니다.”

30일 오전 광주 남구 서동의 한 골목.

전날부터 내린 장마로 인해 빈 집 담장이 무너지면서 돌 무더기 잔해가 골목 일대를 완전히 뒤덮었다.

이날 오전 7시께 ‘빈집 담장이 전도됐다’는 신고를 받은 남구는 안전펜스 등을 임시로 설치했다.

하지만 돌 무더기 무게에 펜스가 기울어지면서 보행자 통로는 발 디딜틈 없이 좁아졌다.

주민들은 골목 인근 주택가 건물들이 노후화됐고, 빈집으로 방치된 곳이 많아 매년 침수피해가 우려된다고 호소했다.

담장이 무너진 주택 바로 옆 집에 거주한다는 문월자씨(72)는 “담장이 무너지는 소리를 듣고 놀라서 깼다. 거동도 불편하고 유일한 통행로인데 무너져서 복장이 터진다”며 “다른 집들도 오래 방치돼 건물과 담장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하다. 비가 더 내린다는데, 인명피해가 발생하진 않을지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비슷한 시각 동구 내남동 화순 방면 편도 5차선 도로.

전날부터 내린 비에 이곳 2차선 차로에는 지름 1m, 깊이 60~70㎝ 크기의 갑작스러운 싱크홀이 발생했다.

싱크홀이 발생한 곳은 라바콘 6개와 차량 2대가 줄지어 지나는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다.

싱크홀 주변으로는 차량 수십대가 빠르게 지나다녔고, 일부 차량은 빗속에서 시야 확보가 어려운 탓인지 라바콘을 보고 황급히 차선을 변경하기도 했다.

도로 한가운데 싱크홀을 뒤늦게 발견해 급정거하는 차량으로 인해 뒤따르던 차량도 급정거하는 등 위험한 장면도 목격됐다.

운전자 김모씨(55)는 “도로 2차선 한가운데를 갑작스레 통제하니 사고 위험이 크다”며 “싱크홀 발생 후 몇시간이 지났는데도 복구가 되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다”고 말했다.

북구 본촌동 본촌마을은 전날부터 내린 폭우로 인해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다.

지대가 낮은 데다 배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밤사이 내린 비로 인해 토사가 집 앞 마당까지 흘러들어왔다.

마당 곳곳에는 신발과 장난감 등 생활용품이 나뒹굴고 있었고, 구석에 있던 장독대들도 넘어진 채로 깨져있었다.

주민들은 양동이와 빗자루를 들고 흙탕물을 빼내고 있었다.

이곳 인근에는 산을 깎거나 건물 지반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빗물에 떠내려온 자갈과 모래 등이 배수구를 막으면서 침수 피해를 키웠다.

주민 신기순씨(76)는 “밤에 잠을 자고 있다가 쏟아지는 빗소리에 깨서 밖을 보니 집 앞 마루에 물이 가득 차 있었다”며 “인근 공사현장 때문에 피해가 커졌는데 미리 침수를 막을 수도 없고 피해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지겠느냐”고 토로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많은 비로 인해 하수도와 우수관 등에서 물이 역류하거나 하천변 산책로 등이 침수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며 “하천이나 해안지역 등의 출입을 자제하고, 침수지역 감전 사고 등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