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류협력 지방정부협의회 3대 상임대표 취임 1주년을 맞은 김병내 남구청장이 전국 시·군·구 지방자치단체와의 교류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 통일을 이룩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독일이 통일되기 전 동독과 서독의 지방자치단체가 교류한 방식을 지향하는 것으로, 각 지방 도시가 갖고 있는 문화와 경제, 사회적 특성을 토대로 북한과 대화 면적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남북 사이에 엉킨 실타래를 푸는 ‘열쇠 역할’이 되겠다는 김병내 상임대표를 만나 앞으로의 포부와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3대 상임대표로 선임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간의 활동 소감은.

△현재 전국에 있는 지방정부 32곳이 남북교류협력 지방정부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 협의회는 지난 2021년 3월에 출범한 ‘전국 시·군·구 남북교류협력 포럼’에 모태를 두고 있다.

당시에는 포럼 출범의 토대를 닦는 역할을 담당했고, 남북 교류협력 사업의 전환점을 마련한 공로로 초대 사무총장으로 선출됐다. 그리고 지난해 3월 회원들의 만장일치 추대로 상임대표 역할을 수행 중이다.

협의회에서는 주로 남북 평화 정착과 교류협력을 위한 일을 다룬다. 독일이 통일국가를 완성하기 이전에 동독과 서독의 지방자치단체간 교류가 활발했는데, 우리 협의회도 이런 방식의 남북 교류를 지향한다. 남과 북의 신뢰를 기반으로 지방정부 차원의 교류를 준비하고 있는데, 그간의 관계나 북측 사정을 참작하면 녹록지 않다. 한반도 평화라는 대업을 이루기 위해 큰 노력과 함께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라서 마음도, 어깨도 매우 무겁다.



-그동안의 성과를 짚어 본다면.

△상임대표로 취임한 이후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장과 업무 담당 공무원이 모여 경험과 전문지식을 교류하는 연수를 진행했다.

지난해 독일 베를린을 방문해 통일 과정에서의 지방정부 역할을 비롯해 통일 전후 독일과 한반도 상황 비교·분석, 동·서독 화합을 위한 특임관 제도 등을 배우고 왔다. 더불어 협의회 소속 12개 회원 도시 실무진과 함께 한반도 분단에 대한 고찰 및 역량을 키우는 교육도 진행했다.

올해 1월부터는 북한 도시에 관한 연구 사업도 시작했다. 각 지방 도시가 갖고 있는 문화와 경제, 사회 전반에 관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가 하반기에 나온다. 남북 교류협력 사업을 시작하기 전 북측 도시를 이해하는데 소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반도 평화·통일의 물꼬를 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민선 7기 구청장 취임과 동시에 광주지역 지방자치단체로는 최초로 남북교류협력팀을 신설했다. 이 팀을 만든 이유는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통해 통일 한국의 미래를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남북 교류협력 사업으로 한반도 평화에 희망이 샘 솟는 마중물을 붓고 싶었고, 남구에서 시작한 작은 노력들이 분단 장벽을 뛰어넘고, 백두산까지 가로지르는 새로운 길로 연결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한반도가 남과 북으로 갈라져 산 지 벌써 79년째다. 이제는 둘이 아닌 ‘코리아’ 하나로 이뤄져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고 지금까지 중앙정부 주도로 이뤄졌던 남북 교류 및 협력 방식도 지방자치단체와 함께하는 방식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기초자치단체가 남북 교류협력 사업의 추진 주체가 될 수 있나.

△예전에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가능하다. 지난 2021년 3월 9일부터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있어서다. 개정 법안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법적 뒷받침을 통해 지방자치단체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다. 개정 전까지만 하더라도 기초자치단체 차원의 남북 교류는 사실상 전부 막혀있었다. 다만 지난 1998년 김대중 정부에서 햇볕 정책을 표방하면서 광역자치단체인 제주도에서 남북 교류를 추진한 사례가 있었다.

외신에서 ‘비타민C 외교’로 극찬한 감귤 보내기 사업이었고, 12년간 북녘 주민들에게 제주산 감귤 4만8,238t과 당근 1만8,100t이 전달됐다. 북녘에서도 보답 차원에서 제주도민 8,350명을 4차례에 걸쳐 평양과 개성, 백두산, 묘향산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남북 관계가 경색됐고, 문재인 정부에서 관계 개선이 많이 이뤄졌는데 지금은 또다시 험로를 걷는 상황이다. 언젠가는 남북 교류의 길이 반드시 열릴 것이라고 본다.



-5년 전 금강산에서 남북 교류행사가 있었다. 당시 북측에 통일 진료소 개원 등을 제안했는데, 어떻게 보는가.

△지난 2019년 2월 12~13일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민간단체간 교류행사에서 김영대 북측 민화협 의장과 만남이 있었다. 당시 김 의장에게 의료와 체육 분야 교류사업을 제안했다.

남구 내에서 활동 중인 의료 인력이 북측에 근거지를 두고 진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통일 진료소 개원도 이야기했고, 재난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통일 의료단 방문과 함께 인도적 차원의 구호 물품과 의약품, 의료장비 지원을 타진했었다. 지난 2019년 7월 광주에서 열렸던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남북 공동응원단을 구성해 운영하고, 남구 지역 한 대학에서 평화통일 축전 및 통일 음악회도 개최해 보자고 제안했지만 제대로 추진시키지 못한 채 물거품이 됐다.

성과가 없었다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남북 관계는 속도가 더딜지언정 어떻게 해서든지 한 걸음씩 내디디면서 전진하는 중이다. 분단의 장벽이 순식간에 활짝 열릴 가능성은 작지만 양쪽에서 서로의 문을 두드리다 보면 굳게 닫힌 문도 열릴 것이라고 본다. 통일 진료소 개원 등이 장벽의 틈새를 뚫는 기폭제가 됐으면 한다.



- 통일김치 개발과 세계양궁선수권 대회 개최를 앞두고 있는데.

△지난 2년간 남북 관계 개선이 완전히 멈췄다. 이 상황이 여기서 끝이길 기대한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지난 5월 광주를 방문했을 때 윤석열 정부에서 새로운 통일 담론을 마련 중이고, 관계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 관계가 급랭했던 2년 전과 비교하면 점진적 변화라 할 수 있다. 앞으로의 통일김치 개발과 통일 진료소 개원, 2025년 세계양궁선수권 대회 북한 선수단 초청 등에 대해선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통일김치 개발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에 추진한 사업이다. 지난 2021년 12월에 정부 기관인 세계김치연구소와 연구개발 협약을 맺고 북측 양강도 또는 개마고원이 있는 함경도 고원지대에서 재배한 배추를 가져와 광주에서 통일김치를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중단됐다.

정부에서 통일김치 생산의 길을 열어준다면 남북 관계 역사에서 큰 업적으로 기록될 것이다. 2025년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 북측 선수단을 초청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통일부 장관에게 특사 파견을 제안했다. 세계 평화와 화합을 위한 무대가 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적극 나서 달라는 요청이다. 정부에서 도와준다면 1% 성사 가능성이 100%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남북 사이에 엉킨 실타래를 푸는 ‘열쇠 역할’이 될 남북교류협력 지방정부협의회 상임대표로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2000년 6월 남북 합의를 이끌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금강산 관광 활성화와 개성공단 가동 등으로 북측 철옹성을 열어젖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백두산 천지에 올라 두 손을 맞잡으며 한반도 평화·통일에 희망의 싹을 틔웠는데, 이 모든 게 남과 북의 공동 번영을 위한 위대한 여정이었다.

남과 북은 눈에 띄지 않지만, 작은 부분부터 마음의 간극을 좁히는 일을 진행해 왔다. 판문점 평화의 집 접견실에 내걸린 2개의 시계를 사례로 들 수 있다. 하나는 서울 시각이었고, 다른 하나는 평양의 시간이었는데 시곗바늘의 분침과 초침은 항상 제각각을 가리키고 있다. 남측은 대한제국 시절부터 시간대를 동경 127.5도를 기준으로 삼았지만 북측은 해방 이후 표준 시간대를 동경 135도에 맞췄기 때문에 서울의 시간이 평양 시간보다 항상 30분 빨랐다. 30분 격차를 줄이는데 수십 년이 걸렸다. 그리고 분단 시대에 전쟁과 위험을 수시로 경고하던 시곗바늘은 이제 평화와 통일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한반도 미래를 향해 전진해야 할 때이고, 전진 속도는 더 이상 더뎌서는 안된다. 휴전선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새들처럼 우리도 거리낌 없는 왕래가 필요한데, 남북 교류협력이 엉킨 실타래를 푸는 열쇠가 되도록 할 것이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