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에 생업도 있는데 3일이나 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울며 겨자먹기로 표를 팔거나 양도할 수밖에 없죠.”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사상 최초로 서스펜디드(일시정지) 게임이 선언된 다음날인 22일. 한 중고 거래 플랫폼에 ‘서스펜디드’를 검색하니 글 수십개가 게시돼 있었다.

게재된 글들은‘서스펜디드 1차전 단석 구매를 희망한다’, ‘1차전 서스펜디드 게임 3루석 판매 중이다’ 등 양도와 판매를 희망하는 내용이었다.

이는 전날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2024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가 우천으로 중단된 데다, 이날 재개될 경기마저 연기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국시리즈 1차전은 23일 오후 4시 같은 장소에서 재개된다. 2차전은 1차전 종료 1시간 뒤 바로 이어진다. 가격도 1만~6만원 수준으로 실제 티켓 가격보다 저렴하게 거래되고 있었다.

한 판매자는 “어렵게 1차전 티켓을 구했는데, 경기를 다 보고 싶으면 2박 3일을 광주에 머무르라는 것이냐”며 “회사에 연차를 쓰고 왔는데, 도저히 끝까지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1차전 티켓이 저렴하게 중고 거래 플랫폼에 나오면서 오히려 암표 판매를 부추기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중고 거래 플랫폼에선 1·2차전 티켓을 묶어서 30만원 수준에 판매하는 글도 목격됐다. 1차전 티켓 매물이 쏟아져 나온데다, 2차전 경기까지 이어서 하는 점을 노려 판매가액을 높인 것이다.

비가 오는 날 경기를 강행한 KBO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전날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경기 개시 5시간여를 앞두고도 멈추지 않았다. 경기는 오후 6시 30분 개시 예정이었지만 비 때문에 방수포가 세 차례나 깔렸다 걷어지기를 반복했고, 1시간 6분 미뤄진 오후 7시 36분에야 시작됐다.

비는 경기 내내 내렸고, 삼성의 공격인 6회 초 무사 1, 2루 상황에서 우천으로 경기가 중단된 뒤 심판이 서스펜디드 게임을 선언했다.

23일 이어질 1차전 서스펜디드 게임은 6회 초 삼성 공격 무사 1, 2루 상황에서 재개된다.

전날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본 김모씨(27)는 “폭우가 와도 강행하더니 결국 욕을 먹고 다음날로 1·2차전을 순연하냐”며 “서울에서 경기를 보기 위해 내려왔는데 광주에 3일간 머무를 수가 없다. 1차전은 티켓 환불도 안되고 선수들 보호도 안되고 최악의 경기로 기억에 남을 듯 하다”고 말했다.

박진만 감독은 전날 경기 후 “경기 전부터 선발 투수를 쓰고 중간에 끊기는 경우가 걱정됐었다. 흐름이 홈런 이후 우리 쪽으로 온 상황에서 경기가 끊겼다”며 “비 예보도 있었고, 선수 보호 차원에서도 경기 시작을 안 해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