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KIA 타이거즈 경기를 보기 위해 하루종일 표를 예매해서 겨우 성공했어요. 휴가도 내고 아침 일찍부터 버스 타고 광주에 왔죠. 1차전을 반드시 승리해서 12번째 우승 달성의 첫걸음이 됐으면 합니다.”

2024 신한 쏠뱅크 KBO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21일 오후 광주 북구 임동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 31년 만에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 맞대결이 성사되면서 전국에서 팬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KIA 선수들의 유니폼 등을 구매할 수 있는 타이거즈샵과 응원머플러 배포소 등엔 관객들의 줄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야구장 벽면에는 ‘빛고을 광주 vs 달구벌 대구 달빛대전 명승부를 기대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렸고 챔피언스필드 버스정류장을 경유하는 시내버스에선 유니폼을 입은 팬들 수십명이 하차했다.

버스에서 내린 팬들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한 팬은 노상에서 치킨과 족발 등 음식을 구매하기도 했고, 타이거즈샵으로 곧바로 달려가 줄을 서기도 했다.

응원머플러는 개인별로 응원 문구를 넣는 등 커스텀이 가능했다. 팬들은 ‘KIA 우승’, ‘김도영 화이팅’ 등의 문구를 새기며 승리를 기원했다.

포토카드 키오스크도 인기만점이었다. 한 KIA 팬은 김도영 선수와의 포토카드를 만들고 인증샷을 남기기도 했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티켓 경쟁이 치열해 운이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 관중은 1만 9,300명으로 매진됐다.

서울에서 경기를 보기 위해 방문했다는 김정현씨(31)는 “전날 오후 2시 예매시간이 풀리자마자 들어갔는데, 대기만 2만여명이 나왔다”며 “얼마 남지 않은 좌석을 겨우 예매해 성공했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경기를 보러왔다는 정기현씨(27)는 “티켓을 구하는게 너무 힘들었다. 서로 각자 고향팀 경기가 한국시리즈를 해서 더욱 간절했다”며 “김도영의 경기력이 최고다. 오늘 활약으로 KIA의 12번째 우승 첫걸음이 되길 바라면서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21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KIA와 삼성의 경기가 열린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 중앙 출입구 앞에서 시민들이 응원타올에 응원문구를 적고 있다. 김태규 기자

푸른 유니폼을 입고 온 삼성 라이온즈 팬들도 곳곳에 모여들었다.

서울에서 운영하는 가게 문을 닫고 온 김지후씨(37)는 “주변에 KIA 유니폼과 팬들이 너무 많아 깜짝 놀랐는데 응원은 삼성이 훨씬 신나고 조직력이 있을 것”이라며 “지난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훌륭한 경기를 보여줘서 오늘 이길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야구팬은 온라인 예매 취소표를 현장에서 구하기 위해 매표소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기도 했다.

북구 운암동에서 온 김모씨(21)는 “전날 하루종일 표를 예매하려 했는데 계속 오류가 떠서 표를 구하지 못했다”며 “집도 인근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광주경찰청과 북부경찰서, 북부모범운전자회 등에선 암표 단속과 교통 통제, 혼잡 경비 등에 나서는 등 관람객들의 편의를 도왔다.

모범운전자회 박정길씨(60)는 “광주가 고향이기도 하고 KIA 타이거즈의 성공적인 경기를 위해 현장에 나왔다”며 “주정차 차량도 많고 교통이 혼잡한 상황이다. 안전사고 없이 무사히 경기가 마무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두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대결하는 것은 지난 1993년 이후 31년 만이다. 당시 KIA 타이거즈의 전신 해태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는 7차전까지 혈투를 벌였고, 해태가 4승 1무 2패로 삼성을 꺾고 우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