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순석 5·18기념재단 이사장이 재단 창립 30주년을 앞두고 5·18 전국화와 세계화를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그동안 은폐되고 왜곡된 5·18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진상규명 작업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5·18 정신과 가치가 미래세대에게 전승될 수 있도록 교육 사업 등을 확대해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완전한 진상규명을 위해 5·18 특별법을 개정하고, 5·18 기념사업 기본법을 제정해 재단의 역할을 넓히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원순석 재단 이사장으로부터 앞으로의 재단 운영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 기념재단 이사로 부임한지 2년이 지났는데.

△지난 2년은 5·18 진상규명 조사위원회(조사위) 활동 기간이어서 순식간에 지나갔다. 오로지 진상규명을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다. 지난 6월 국가 보고서가 제출됨에 따라 앞으로는 미해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차례다.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과 5·18 기념사업 기본법 제정 등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5·18 특별법 개정과 기념사업법 제정 취지는.

△5·18 특별법 개정을 통해 희생자의 피해와 명예회복, 미완의 진상규명, 신군부 세력 재산 환수 등을 추진하고자 한다.

특히 암매장지 확인 등 미해결 과제의 조사를 위한 기관으로 광주시와 5·18기념재단을 지정하고, 국가가 예산·인력 등을 지원하거나 기금을 조성하도록 노력하겠다.

신군부 세력 재산 환수와 관련해 전두환은 1997년 2,205억원 추징 판결을 받았으나 867억원을 미납했고, 노태우는 4,600억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했다고 진술했으나 2,628억원만 추징됐다.

이후 전두환, 노태우는 물론이고 신군부 세력의 비자금이 더 은닉됐음이 알려졌으나 당사자 사망, 위헌 논란 등으로 수사가 되고 있지 않아 헌정질서 파괴 범죄자들의 불법재산 환수를 위한 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5·18 유공자의 품위와 존엄성을 유지하는 일을 국가가 책임지도록 하기 위해선 5·18 기념사업 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

기본법에는 △기념사업 관련 내용 종합과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 및 공익법인에 위탁 가능 △국가가 시행 주체임과 책임성 △국립트라우마센터 등 국가폭력 피해자 치료를 위한 상설기구 설치·운영 △광주교도소 등 5·18 관련 공간과 시설의 활성화 대책 등을 국가가 수립하도록 명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 창립 30주년 의미는.

△5·18 기념재단이 어느덧 창립 30주년을 맞이했다. 30여년간 재단은 수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5·18의 현재화와 정신 계승을 위해 노력해 왔다.

5·18 정신 계승을 위한 재단의 활동 중에서 진상규명은 언제나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5월 18일 국가기념일 제정과 국립5·18민주묘지 건립, 5·18민주유공자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제정 등에 기여했으며 교과서에 5·18민주화운동을 싣도록 노력했다.

이러한 활동은 그동안 ‘폭도, 사태’ 등으로 부정돼왔던 5·18을 민주화운동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했다.

재단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5·18 진상규명과 계승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설립 당시부터 과제로 제기됐던 교육, 연구, 문화, 교류사업에도 매진하고 있다.

학교 교육과정에 5·18교육을 포함시키기 위해 인정교과서를 개발하고 교사와 연구자가 함께 오월 교육원칙을 만들었으며, 교사 연수와 교육활동가 양성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광주인권상,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등에서 알 수 있듯이 국내·국제적으로 민주·인권·평화를 위한 연대와 교류를 실천하고 있다.

아울러 5·18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국내외 학술 활동, 연구자 지원, 5·18 현안 대응을 위한 전문가 세미나 등 활동을 끊임없이 지속하며 5·18 왜곡·폄훼 세력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30여년에 걸친 재단의 노력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과 완전한 진상규명, 5·18 왜곡·폄훼 대응 문제 등은 현재 진행형으로 남아있다.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지만, 재단의 존재 의의는 이를 극복하고 오월 정신을 계승하는데 있다.

그동안 재단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며 미진했던 부분을 성찰하고, 5·18의 현재화와 미래로의 전진을 위해 각오를 다잡겠다.



- 앞으로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은.

△오는 2030년은 5·18민주화운동 50주년이다. 50주년까지 5·18 비경험 세대 등장을 준비해야 한다. 벌써 44년이 지났고 이미 비경험세대가 다수다. 오월 정신이 올곧게 계승할 수 있도록 충분한 교육과 훈련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 4년간 5·18 조사위의 조사 결과를 담은 국가 차원의 종합결과보고서도 발간됐다. 5·18 조사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계가 들어났다. 부족한 것은 재단이 중심이 돼 지역 사회와 함께 보완하겠다. 또한 각계각층의 지혜를 모아 5·18 50주년인 2030년 전 5·18 통사도 발간하겠다.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고 5·18 통사를 만들어 5·18 민주화운동이 계속 기념되고 계승되도록 노력하겠다.



-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펼쳤는지.

△박정희 독재 정권 시기인 1970년대에 대학에 입학했다. 현재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 정도가 세계 어디에 비교해도 우수하지만, 당시에는 국민을 탄압하고 자유를 억압했다. 엄혹한 시절 대학에 다녔던 사람들은 너무도 당연히 압살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투쟁했다.

1980년 전남대 농과대학 학생회장으로 5·18민주화운동에 당연히 참가했다. 지성의 전당 대학에 경찰이 상주하며 학생들이 모이는 것만으로도 체포당하는 상황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이에 학문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투쟁을 했다. 1980년 광주가 피로 진압된 후 계엄 당국에 체포돼 ‘소요 및 포고령 위반’으로 구속돼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5·18 직후부터는 동지들과 함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운동을 했다. 전남대 총학생회장으로 1982년 옥중에서 사망한 박관현 열사의 기념사업회 회장과 관현장학재단 이사,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상임대표, 박근혜 퇴진 광주시민운동본부 공동대표, ㈔광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5·18민중항쟁기념사업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홍남순변호사 기념사업회 이사와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대학 때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민주주의’를 생각하며 여기까지 왔다.



- 22대 국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5·18기념재단을 비롯한 오월단체는 1980년 5월에 대한 ‘진상규명’과 오월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을 바란다. 이것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며, 굳이 언급을 하지 않아도 여야를 막론하고 계속해서 완전한 진상규명과 헌법전문 수록에 대해 공약처럼 표명했다. 5·18의 온전한 진상규명과 헌법전문 수록은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되는 우리 시대의 과제다. 다음 선거에는 더 이상 ‘진상규명’과 ‘헌법전문 수록’이 특별한 공약이 되지 않도록 22대 국회에서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최근 이진숙 방통위원장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바 있는데.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5·18민주화운동을 폄훼·왜곡하는 글에 ‘좋아요’ 공감표시를 한 바 있다. 지난 7월 8일 재단과 5·18 3단체는 후보자 지명 철회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후 7월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인사청문회 참고인출석요구서를 보냈고 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시 청문회 자리에서 “계속해서 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세력이 계속 나오고 있다. 여기에 대해 5·18단체는 끊임없는 추궁과 폄훼에 분노하고 있다”며 “5·18 운동은 1979년 12월 12일과 1980년 5월 18일을 전후해서 신군부의 결정으로 반헌정 범죄 집단과 반도덕적 반인륜적 집단에 대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민주화 운동을 일으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5·18민주화운동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겠다는 약속을 조속히 실행해 줄 것을 당부했다. 5·18기념재단은 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이들을 끝까지 추적해 응분한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



- 지역민들에게 한말씀 하자면.

△5·18 민주화운동이 발발한지 44년, 5·18 기념재단이 창립된지 30년이 지났다. 광주 5·18은 우리사회의 소금과 빛이었다. 5·18 역사와 숭고한 희생 정신이 잊혀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민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