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지역에서 벼 수확기를 코앞에 두고 때아닌 벼멸구가 급격히 번지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고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벼멸구가 기승을 부린데 따른 것으로 피해 면적이 지난해의 38배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쌀값 폭락에 벼 병충해까지 극성을 부리고 있으니 농민들의 시름을 헤아리고 남는다.

도내에서의 벼멸구 피해는 시·군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장흥·해남·보성 등 도내 서남부권을 중심으로 확산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일 현재까지 벼멸구 피해는 무려 7,000㏊를 넘어선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벼멸구 피해 면적 175㏊보다 무려 40배가량 많은 것으로, 최근 5년간 평균 벼멸구 피해 면적 3,800㏊보다도 2배가량 많은 것이다. 실제 해남군의 경우, 관내 벼 재배면적 2만여㏊ 중 5%가 넘는 1,000여㏊에서 벼멸구가 발생했다니 심각성을 짐작하고 남는다.

벼멸구는 6~7월 중국에서 유입돼 벼 포기 아래에 서식하며, 벼 출수기인 8월과 9월 이후엔 볏대의 중간 부분에서 즙액을 먹어 고사시켜 수확량과 품질에 심각한 피해를 준다. 특히 벼멸구는 날씨와 큰 연관성이 있어 올해처럼 고온이 지속될 경우, 해충의 세대교체 주기가 4일 정도 단축되면서 다량으로 증식된다. 이에따라 지금까지의 심각한 고온 현상은 한풀 꺾였다지만 평년보다 높은 기온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터라 수확기 피해가 더욱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이에 농민들은 벼 수확기 큰 피해를 우려하며 벼멸구 방제를 위한 강력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농민들은 "전남도가 예산 32억원을 편성, 긴급 방제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이 정도로 벼멸구 확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며 특별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농민들의 주장이 아니더라고 쌀값 폭락으로 농민들의 시름이 큰 시점이라, 때아닌 벼멸구 피해로 인한 농민들의 근심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방제 및 피해 대책 등을 마련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