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색이나 표정이 없다. 판단력은 없고 멍 때림에 가깝다. 동작은 활력이 없고 흐느적거린다. 흡혈귀처럼 살아있는 사람의 피를 추구한다. 죽었다가도 다시 생명이 되살아난다. 마치 시체가 움직이는 것과 같다. 이런 특징들이 영화 등에 나타나면 '좀비'라 할 것이다. 외국의 영화에만 등장하던 이미지의 좀비였다. 최근에는 '부산행' 등의 한국 영화에서도 등장한다. 덕분에 좀비는 우리사회도 제법 친숙해졌다. 그래도 귀신이나 도깨비 등에 전통의 이미지에 익숙한 기성세대에게는 아직도 생소하다.

좀비(zombi)는 영어인 외래어다. 원래는 '살아있는 시체'를 말한단다. 아이티 등의 중남미의 토속신앙에서 유래되었단다. 특정한 종교의 사제가 인간에게서 영혼을 뽑아낸 존재라는 것이다. 사제에게 영혼이 붙잡힌 사람은 지성을 잃은 좀비가 된다. 사제의 명령에 복종해야만 한다. 사제들에 의해 좀비가 된 노동자는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팔려가기도 한다.

또 다른 유래는 노예농장에서다. 노예들에게 농장주들은 은밀하게 약물을 투여하였다. 도망을 방지하고 순종적이며 노동만을 고취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 결과 노예들이 약물에 중독되기 시작했다. 후유증으로 여러 증상이 나타났다. 이런 증상을 지닌 노동자를 좀비라고 표현했다는 것이다. 좀비 속에 마약중독의 아픈 역사가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마약실태를 고발하는 방송이 있었다. 마약중독자들의 실상을 촬영했다. 공원이나 길거리에 무전노숙을 한다. 길거리에서 공공연하게 마약이 거래된다. 마약을 구하기 위해 매혈을 한다. 마약을 투약하고 난 후에는 마치 좀비를 보는듯한 장면들이 나온다. 몸을 가누지 못하고 흐느적거리며 길거리를 헤맨다. 정상인일지라도 약물에 망가지면 어떻게 되는 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영상이었다. 약물중독자들의 실체를 엿볼 수 있었다.

우리 사회도 마약문제가 심각하다. 마약 사건과 중독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예전에는 일부 유흥지역과 특권층들만의 문제로 치부되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지역과 계층에 관계없이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10대 청소년과 가정주부 등의 마약 노출의 실태는 충격적이다. 택배나 인터넷의 발달로 마약의 유통도 진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통계로는 2022년도에 마약에 노출된 숫자가 약 52만 명이 넘고 있다고 추정된다. 이제 우리사회도 마약의 안전지대가 없다고 보면 될 것이다. 마약에 대한 사회적인 대처가 시급한 이유다.

법으로 정하는 마약류란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 및 대마 등의 3종류로 나눈다. 마약에는 아편, 코카인, 헤로인, 모르핀 등이 있다. 향정신성의약품은 의료계에서 사용하는 용어이다. '향정'이라 한다.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를 지닌 약물이다. 중독의 위험이 매우 높다. 미국에서 좀비로 화제가 된 약물도 펜타닐이라는 진통제의 일종이다. 이런 약물들 대부분이 현재 병원 등에서 치료용으로 쓰이는 약물들이다.

이런 약을 왜 병원에서 쓰는가? 효과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일반 진통제나 안정제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때, 고강도의 극적 처방을 대차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말기 암환자나 부상이나 사고로 통증이 극심할 때 처방한다. 문제는 의존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사나 약사 등의 전문가에 의해 보관과 관리가 철저히 통제된다.

향정은 의료용으로 처치되면 치료약이나, 음성적으로 거래되면 마약이 될 수 있다. 치료약과 마약의 경계가 모호하다. 따라서 의료기관의 통제를 벗어나서 구입하거나 권유받는 약물들은 일단 의심부터 해야 한다. 권유하는 이들은 대부분 평소에 신뢰하던 인간관계의 인물들이다. 선배나 친구 또는 이성 친구가 될 수 있다. 이들이 권하는 한 알의 진통제나 수면제로 위장되어 질 수 있다. 기분이 좋아지게 한다는 한 방의 주사라고 말한다. 단순한 호기심과 만용만으로도 그대는 심각한 약물 중독자가 될 수 있다.

약물중독은 개인의 파멸을 불러온다. 더불어 그 가정과 사회에 깊은 상처를 안긴다. 마약중독은 개인과 사회가 모두가 고민하고 풀어내야 할 숙제이다. 다만 마약에 중독된 사람의 종말은 좀비가 될 수 있다. 좀비는 영혼이 파괴되고 약물 공급자의 노예가 된다. 좀비로 살아가는 세상에는 희망이 없다. 살아있는 시체처럼 좀비로 살 것인가? 건강한 육체의 인간이 될 것인가? 선택은 당신 앞에 놓인 정체불명의 약물에 달려 있다.

당장 마약으로부터 멀리 벗어나라. 일체의 화학적인 약물에 꼼꼼한 검증과 신중을 기하라. 가볍게 다가오는 약물의 유혹을 단호하게 거부하라. 호기심조차 아깝다. 그냥 폐기하고 버려라. 이런 방법만이 좀비가 되는 것을 예방하는 길이다. 최근 유행하는 외래어인 좀비를 묵상해보며 마약중독의 경각심을 가져보았다. 풍성한 가을이다. 햇살가득 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