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폭염이 9월 말까지 유난히 기승을 부리더니 이번엔 우리지역 등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역대급 9월 폭우가 쏟아졌다. 진도에서는 시간당 강수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게릴라성 강우로 전국적으로 땅 꺼짐, 산사태, 낙석, 침수, 정전사고가 잇따라 큰 피해를 입었다. 기상 이변이야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갈수록 심각성을 더할 것으로 우려된다지만 예상을 초월하는 기상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 걱정스럽다.

지난주 폭우는 중국에 상륙했던 제14호 태풍 풀라센이 방향을 틀어 제주와 남해안 사이를 가로지르면서 내렸다 한다. 세력은 약화됐지만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우리나라로 향하면서 거센 비를 뿌린 것이다. 진도에선 1시간 강수량 최고치가 112.2㎜에 달했고, 경남 창원에선 이틀간 529㎜의 비가 내리는 등 곳곳에서 기록적인 강수량을 보였다. 이로 인해 장흥에서 남성 1명이 숨지고 전국적으론 1,500명의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으며 농작물 등이 큰 피해를 입었다.

이처럼 극단적으로 바뀌는 날씨는 이젠 이례적 현상이 아닌 일상이 돼버린지 오래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심화돼 극단적 폭염과 극한 호우가 교차하는 이상 기후 빈도가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우리나라는 반세기 중 가장 긴 가뭄이 이어져 큰 피해를 입은 바 있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극한 호우나 가뭄 피해로 재산피해만 1조6,000억원이 넘는다니 놀랍다. 여기에 기온 상승으로 인한 우울증상 등 정신적 피해도 무시하기 힘들다.

더욱 문제는 극단을 오가는 이상기후 현상이 앞으로는 더욱 잦아지고 그 피해 또한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따라서 일상이 돼버린 이상기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기상 예보 능력은 필수이다. 여기에 정부의 재난대응 능력 역시 사후약방문식 임시방편 대처가 아닌 장기적 계획아래 지속적 대처가 요구된다. 특히 한번 오면 극단적인 피해를 주는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에 대해 재난대응 시스템 구축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